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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의 인사이트] 경기낙관론의 민낯

[김규성의 인사이트] 경기낙관론의 민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3% 중반 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한은은 기존에 올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내달 경제전망 발표 때 3.5% 안팎으로 성장률을 상향할 것이란 의미다. 대외적으론 미국이 대규모 경제부양을 하고 있고 국내 경제도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당초 전망보다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근거다.

한은의 경기진단은 정부보다 덜 뜨겁다. 올 3월 취업자 수가 13개월 만에 31만4000명 증가, '플러스'로 전환한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자신감은 더 세졌다. 3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6.6% 늘었다. 설비투자도 올 1월 19.6%, 2월 7.0%로 각각 증가했다. 기업심리지수인 제조업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4월 91을 기록,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내놓은 '4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내수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했다. 경기 낙관론에 성큼 다가선 듯한 분석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정부만 한참 앞서간 것은 아닌 셈이다.

낙관적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의도는 없다. 다만 지표를 촘촘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정부가 은연중 자신감을 내보인 고용지표는 31만4000명이라는 취업자 증가보다 시기적 특성에 주목한다. 지난해 3월은 고용시장에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된 때였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31만명 이상 증가는 기저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고용의 질은 악화됐다는 수치도 있다. 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 수가 지난해 3월보다 56만5000명이나 늘었다.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대와 40대 취업자도 각각 17만명, 8만5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실업률도 여전히 10.0%로 두자릿수다. 청년층의 취업적체도 문제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취업준비생과 잠재적 취업준비생들이 누적되고 있다. 3월 취업준비자는 84만4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3만1000명 늘었다. 2003년 이래 3월기준 최다다. 일본 버블경제 위기 때 취업에 실패하면서 결국 직장을 구하지 못해 40대가 된 '아라포 세대'가 한국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개선된 지표와 달리 고용시장 밑바닥 흐름은 '불안지속'에 방점이 찍힌다. 고용불안은 결과적으로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의 안정적 성장궤도를 위협한다.

'끝이 보이는 저금리 흐름' 또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다가오고 있는 리스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장금리는 계속 꿈틀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풀린 유동성 회수는 대부분 한국의 선제적 금리인상을 촉발했다.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보시킨 중소기업 부채라는 부채불안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 금리인상은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가계·기업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15.5%에 달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회복이 미미한 상황에서 금리인상과 결합된 가계부채는 소비심리를 짓누르는 '폭탄'이다. 더구나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도 엮여 있어 경제 전반에 도미노 충격을 줄 수 있다.


섣부른 경기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개선된 경기지표가 기저효과가 아닌 경제 전반의 체력이 개선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지표 뒤의 '민낯'에 주목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콘텐츠기획·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