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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년, 전세계 저축 5조4000억달러 늘었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9 17:55

수정 2021.04.19 18:33

불어난 저축만큼 지출욕구 눌려
전문가 "세계적 소비증가" 예고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지갑 열기를 주저했던 각국의 소비자들이 올해 팬데믹 극복과 더불어 유례없는 규모로 돈을 쓴다는 예측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금융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팬데믹 이후 각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저축 규모가 상대적으로 늘어났고 쌓인 돈이 곧 소비로 쏟아진다고 분석했다. FT는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를 인용해 지난해 팬데믹 시작 이후 올해 1·4분기까지 각국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를 2019년 소비 형태와 비교했다. 소비자들은 2019년 소비 형태와 비교했을 때 5조4000억달러(약 6035조원)의 수입을 추가로 저축했고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6%가 넘는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모인 돈이 소비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미 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세계소비자신뢰지수는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사회적 봉쇄를 해제함에 따라 억눌린 소비 욕구와 넘치는 저축액이 세계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만약 세계 소비자들이 추가 저축액 가운데 3분의 1만 써도 세계 GDP가 2%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국가별로 보면 팬데믹 피해가 심각한 선진국 소비자들이 특히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였다. 저축액 증가는 북미지역과 유럽에서 가장 빨랐으며 미국에서만 2조달러 규모의 추가 저축이 쌓였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해당 저축액이 조 바이든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 전 집계라며 부양책과 저축액이 결합해 "상당한 규모의 소비 증가를 초래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로 소비 증가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던 서방과 달리 아시아의 저축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부 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남미 국가의 저축 증가율도 높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저축 증가액 가운데 3분의 2는 소득 순위 상위 40% 인구가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자들의 저축액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늘었다며 부자의 경우 저축이 늘어난다고 해서 씀씀이가 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치우스는 "고소득 가계는 추가 저축액을 쓰기보다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기조가 경기 회복 규모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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