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플랫폼 규제로 글로벌 성장 길막아선 안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9 18:09

수정 2021.04.19 18:09

[특별기고] 플랫폼 규제로 글로벌 성장 길막아선 안돼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범용 모바일 운영체제(OS)에 맞서 국내 모바일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취지로 국내 기술 기반 모바일 플랫폼 '위피(WIPI)' 탑재를 의무화했다가 그만큼 늦게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글로벌 앱마켓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국내 앱마켓과 개발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앱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특정 결제수단의 강제, 과도한 수수료 등을 금지하고, 개발사를 대상으로 모든 앱마켓 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앱마켓이 존재함으로써 공급자는 소비자를 쉽게 만날 수 있고, 과거보다 더 적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익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모바일 현황 2021(State of Mobile 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만6000여개의 iOS 개발사가 1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고, 2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iOS 개발사는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제 앱마켓은 개발사의 성장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존재이다.

국내 시장 보호와 국내 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섣부른 입법 규제는 한시적으로 국내 일부 기업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마켓 플레이어들과 소비자에게 간접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자체 결제시스템 사용이 보장되지 않으면 앱마켓의 원활한 운영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국내 앱마켓도 마찬가지다. 결국, 해외 앱마켓을 견제하려다가 국내 앱마켓의 성장까지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법 개정의 졸속 추진보다는, 이를 테면 스토어의 운영 및 유지보수와 관련해 수수료 사용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등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해외 앱마켓들이 개발사의 연매출 규모 기준으로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것은 중소규모 개발사와 상생하기 위한 의미있는 노력이라고 본다.

인앱결제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세계적인 추이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 상원은 최근 미국판 인앱결제 의무화 금지법이었던 'HB2005 법안'에 대해 표결하지 않아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또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개발사 단체인 '개발자 연합'은 소규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빅테크의 독점 저지'만을 목표로 하는 정책발의는 기술 중심 산업의 혁신과 경쟁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의 경쟁력 있는 게임과 앱, 콘텐츠는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으로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앱마켓과 같은 플랫폼 생태계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근시안적인 규제 도입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한민국 기업의 육성과 디지털 생태계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신원용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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