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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허술한 백신접종..원정접종 중남미갑부 '비난'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1 10:19

수정 2021.04.21 10:22

-돈과 시간많은 부자만 가능..중남미 각국에서 위화감 조성에 논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민들이 존슨앤드존슨(J&J)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고 줄을 서 있다. AP뉴시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민들이 존슨앤드존슨(J&J)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고 줄을 서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허술한 백신접종 신분증 검사 탓에 돈 많은 중남미 사람들이 미국으로 '원정 접종'에 나서면서 대중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불법 체류 인구가 많은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접종시 신분증 검사 등을 엄격하게 실시하지 않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뉴욕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은 지정된 접종 센터에서 예약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저온유통이 필요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개봉 이후 접종이 가능한 시간이 제한되어 예약없이 약국 등에 가서 남은 백신을 맞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기 예약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백신사냥꾼' 사이트도 있을 정도다.

현재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선 백신 물량이 충분치 않은 탓에 칠레와 우루과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의 인구 대비 접종률(1회 이상 접종 기준)이 10% 안팎이다. 반면 1회 이상 접종 인구의 비율이 40%에 달하고 백신도 충분한 미국은 일부 주에서 거주민이 아닌 이들에게도 백신을 놔주고 있다. 보험이 없어도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 사는 치과의사 알레한드라는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친구의 주소를 빌려 인터넷으로 접종 신청을 한 후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알레한드라는 "접종을 진행하는 약국에선 신분증 유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의 공공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누구나 미국으로 '백신 관광'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육로 국경이 1년 넘게 닫혀 있는 탓에 중남미에선 비행기를 타고만 미국에 갈 수 있다. 미국 입국을 위해선 비자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고 백신을 맞고 몇 시간 만에 돌아올 수도 없으니 숙박비도 지불해야 한다.

돈과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라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국가별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같은 나라 안에서도 빈부에 따라 백신 접근권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중남미 각국에서는 유명인들의 미국 백신 투어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달 초 멕시코 프로축구팀 선수들이 단체로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았고,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유명 방송인들도 소셜미디어에 미국 백신 인증샷을 올렸다.

지난 11일 페루 대선에 출마했던 에르난도 데소토 후보도 미국에 가서 백신을 맞고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러한 ‘백신관광’ 또는 ‘백신출장’에 대해 네티즌들은 “미국에서 외국인도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거주자에게 접종이 가능한 제한이 있다”면서 백신 무료 접종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세금을 내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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