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 어린이들의 횡단보도 교통안전을 위한 '손들기' 캠페인이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5만명이 넘는 협력사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설비 유지 보수부터 배관·전기 훅업까지 다양한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손들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캠퍼스에선 2470개 업체에서 온 5만2000여명의 협력사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손들기 활동'은 이들을 위한 일종의 '작업중지권'이다.
'작업중지권'은 현장 근로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작업 중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안전 확보와 작업 중지를 요청하는 권리다.
이 같은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작업 중 위험 상황을 신고하는 '손들기 활동'은 크게 늘지 않았다.
작업 시작 전 해당 작업의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에 검토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DRI(D-1 Risk Inspection) 단계에서의 협력사의 안전 확보 요청이 매년 증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여기에는 협력사와 작업자, 그리고 삼성전자 모두의 고충이 있었다. 협력사 입장에선 계약 물량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손들기 활동으로 인해 납기가 지연됐을 때의 인건비 손실이 신경 쓰였다.
작업자들은 동일 기간 내 작업량이 적어짐에 따라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했다. 삼성전자 또한 제도를 악용한 고의성 신고가 일어나 작업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경우를 우려했다.
그러나 협력사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작업 중 발견된 위험 상황이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손들기 활동'의 활성화가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협력사와 작업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
먼저, 협력사와 작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비용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협력사의 인건비 손실 부담을 줄이고자 구매팀, 법무팀, 지원팀과 협력해 보상 체계를 구체화했다.
협력사와 작업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작업 중지로 인한 불이익' 보호를 표준 계약서에 명시해 경제적 손실의 위험부담을 덜었다. 이와 함께 전체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손들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더했다.
활성화 논의가 이뤄진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손들기 활동 수는 크게 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총 245건이던 손들기 횟수가 올해는 1분기 만에 250건을 넘겼다. 제도를 악용한 이력 없이 손들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협력사들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스스로 안전을 지키며 적극적인 손들기 활동을 한 협력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 16일 우수 협력사 시상식을 진행했다.
진공 배관 PM을 관할하는 '인화이엔지', 전기 후크업(Hook-up)을 담당하는 '대명지이씨', 그리고 배관 후크업을 맡고 있는 '위테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진로 인화이엔지 대표는 "작업자 스스로 위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긴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며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두가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안전 확보 넘버원'을 넘어, 작업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전 보장 넘버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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