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강제징용 피해 日기업이라 인정, 위안부 日정부라 안돼…최종 결론은

뉴스1

입력 2021.04.22 15:06

수정 2021.04.22 15:23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2021.4.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2021.4.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 판결했다.

지난 1월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1차 소송은 물론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

판결이 극명하게 엇갈린만큼 항소심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벌써부터 주목된다.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결론은 대법원에서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상대 소송제기 불가" 판단…과거 판결과 반대 해석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21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국제관습법상 유지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봤다.

피해자들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피해자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회복을 위한 권리구제 성격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일본 정부의 한반도 침략과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고 이는 한일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을 원천 부인했고 한일 양국 정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니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들어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두 소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가'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했기때문에 '국가면제' 여부가 다퉈지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국가 상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에 따라 각하 판결을 받았다.

다만 앞서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승소한 1차 손배소 역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이번 2차 손배소의 항소심과 상고심이 국가면제를 또다시 적용할지 주목된다.

과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1심과 2심에서는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고가 패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는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된 적이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이번 판결에서 원고가 항소하고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승소해도 강제집행 미지수…"정부 나서야"

위안부 피해자들이 항소심에서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 문제가 남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1차 소송에서 승소판결하면서도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하면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으며 국가가 원고에게 납입을 유예하도록 한 소송비용 중 일본으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이 없다는 점도 확인한다"고 밝혔다.

추심결정의 인용이 빈협약 제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승소가 확정된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일본 기업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며 버티는 바람에 지급이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법조계는 주한 일본대사관 건물과 부지 등은 강제집행이 어렵지만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에 지급하는 돈은 압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행할 수 없는 민사소송은 소리 없는 아우성과 마찬가지"라며 "판결에는 실효적인 배상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