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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해주려고 묶은 셈"… 토지거래허가 지정에도 화색 [현장르포]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2 17:57

수정 2021.04.22 17:57

압구정·여의도 등 부푼 기대감
주민들 "서울이 인정한 상급지"
지구단위계획 위한 조치로 인정
외부 투기세력 방지도 긍정 평가
서울시가 오는 27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여의도의 공작아파트에 22일 재건축 관련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서울시가 오는 27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여의도의 공작아파트에 22일 재건축 관련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여기 주민들은 (재건축)해주려고 묶은 걸로 판단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전날인) 26일까지는 빨리 매수해야 한다. 어차피 이제부터 시작이다." (목동 재건축 단지 A공인)

오는 27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서울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일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22일 거래 규제 소식에도 화색이 돌았다.
불과 1년전만 해도 토지거래허가제는 규제로 인식됐지만 이번 조치는 재건축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분명했다. 게다가 규제 지역 주민들은 "사실상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급지'라는 의미"라며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는 1년 후에는 온전한 과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에 부풀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문을 건의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드디어 시작'이라는 분위기였다. 시범아파트의 한 주민은 "여의도 개발이 진행되는 수순이 아니겠느냐"며 "집값이 자꾸 뛴다고 하니까 정부에서 자꾸 태클을 거는데 그걸 미리 방지하고 재건축을 진행하려는 걸로 본다"고 말했다. 시범아파트 인근 A공인은 "매물은 원래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확실한 것만 거래되는 것이라 좋다"며 "24평형대는 매물이 하나 남았다. 올 초 16억~17억원에 거래됐던 매물이 지금은 19억50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정비계획이 반려된 여의도 수정아파트 주민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술렁이니까 오히려 오 시장이 재건축을 꼭 하고 싶어서 내놓은 선제조치"라며 "투기꾼들이나 최근에 산 사람들은 불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지구단위계획 등 후속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목동도 반색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는 지구단위계획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 조건부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14단지 한 주민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표 직후엔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 동네가 지구단위계획으로 넘어가기 위한 사전 조치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더 많다"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투기 목적이 아니니까 재건축 속도가 빠른 게 좋다보니 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반대 여론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고가 아파트 밀집지로 원래도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압구정 역시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거래허가구역 시행 전에도 매물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압구정 A공인은 "여긴 이미 개발 기대감이 컸던 지역"이라며 "조합 설립되면서 나올 수 있는 매물이 한정돼 있고 현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아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압구정동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만이 조합원 지위를 타인에게 넘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지역들인 재건축 단지들은 통개발을 전제로 하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인 지역"이라며 "서울시에서 계획안을 고시하기만 하면 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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