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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 사무직 노조 26일 공식 출범...MZ세대가 주도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5 13:36

수정 2021.04.25 13:41

500여명 가입의사 밝혀
공식 출범하면 더 늘어날 듯
위원장은 현대케피코 1993년생 직원
생산직 주도 노조 활동에 불만
공정한 성과 보상체계 요구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 강성 노동조합의 대표격인 현대차그룹의 사무직 노조도 오는 26일 공식 출범한다.

기존 기술·생산직 위주의 노조에 반발한 사무직이 '공정·투명성'을 앞세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블루칼라 카르텔'로 여겨졌던 기존 노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8년차 이하 MZ세대가 주축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26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부는 현대케피코, 현대제철, 기아 소속 직원들이 참여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회사별 사무 노조가 아닌 산별 노조를 설립한 후, 규모가 커지면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조직형태를 유연하게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설립필증이 28일 오후께 나오면 현대차 사무직 노조는 정식으로 노조법상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500여명의 직원들이 사무직 노조에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공식 출범이 이뤄지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전체 사무직 중심으로 네이버밴드에서 4500여명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1400여명이 소통 중이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 위원장은 현대케피코 소속 1993년생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무직 노조의 주축도 입사 8년차 이하 매니저급 직원들, 'MZ세대'다. 현대차그룹의 일반직 직급은 4단계로 나뉘고 호칭은 매니저(사원~대리)와 책임매니저(과장~부장)로 구분된다.

매니저급 현대차그룹 사무직 직원들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아닌 별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무직 직원들은 기존 생산직 중심의 임단협이 공정한 성과 보상 보다는 정년연장 등 고용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기본급과 성과급은 2019년 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합의했다.

■공정한 성과 보상체계 요구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원이다. 이는 2019년(9600만원) 대비 800만원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에 합의했다. 2019년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150%+300만원에 못 미친다.

물론 지난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도 노사 간 힘을 모으자며 11년 만에 기본급 동결에 나서는 등 한 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자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고 생각했던 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과 관련된 불만이 폭발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78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줄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세타2엔진 등의 품질 비용으로 충당금 2조1352억원을 반영한 영향이 크다. 이를 제외하면 작년 영업이익은 2019년 수준을 웃돈다. 작년 매출액은 103조997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무직 노조는 기존 노조처럼 일률적인 임금 인상,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보다는 일한 만큼 받는 공정한 성과 보상체계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파업’, ‘투쟁’ 보다는 ‘투명성’,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기존 노조와 다른 점이다.

사무직 노조가 출범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새로운 성과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를 한데 비해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정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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