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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쿠팡 총수 논란… 한미 FTA 위반 우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5 18:15

수정 2021.04.25 18:14

[현장클릭] 쿠팡 총수 논란… 한미 FTA 위반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을 앞두고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인 지가 논란이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할 방침이었으나 형평성 논란이 커지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50억6733만달러(5조5600억원)다.

공정위는 쿠팡의 창립자인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임을 감안, 쿠팡 법인을 총수로 지정키로 했으나 '외국인 특혜' 논란이 일자 흔들리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을 따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 추가 쏠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공정위는 지난 35년간 모든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내국인 또는 국내법인으로 지정해왔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된다면 외국인 경영자로서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에쓰오일(사우디 아람코), 한국GM(미국 제너럴모터스) 등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외국기업은 모두 한국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일부에서는 "(김 의장이 총수가 되면)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역시 동일인이 되는 것이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이 불거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미국인 투자자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한미FTA상 최혜국대우를 위반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으로, 김 의장을 미국기업 쿠팡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로 보면 이를 명백하게 어기는 셈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온라인 유통가에서는 ‘규제 일변도’인 공정위의 낡은 잣대에 불만이 크다. 동일인지정제도 역시 그 중 하나다. 이 제도는 1987년 재벌의 불법적 부의 세습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일정 부분 법 효용도는 아직 있으나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만큼 기업 환경은 이미 뒤바뀐 상태다. 최근 대기업 반열에 오른 혁신형 IT기업들은 순환·상호출자가 없고, 혼맥으로 얽힌 친족경영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외 인재를 영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식 총수 경영의 폐단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옛날’식 제도가 새로운 산업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자산이 5조원에 이르면 35개 법률에 따라 모두 60건의 규제를 받는다. 자산 규모로 기업을 규제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해외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이 해묵은 규제를 이해할 리가 없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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