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60+책의 해'를 아시나요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5 18:26

수정 2021.04.25 18:26

[차관칼럼] '60+책의 해'를 아시나요
대한민국에서 책 읽는 어르신이 줄고 있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은 52.1%로 성인 두 명 중 한 명만이 1년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 특히 독서율 감소는 고령층에서 두드러진다. 60세 이상의 독서율은 2017년 47.8%에서 2019년 31.5%로 감소했다.

은퇴 후 여가가 늘어 독서율 역시 늘어날 법도 한데 어르신들의 독서율 감소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되돌아보면 우리나라 중년층 이상의 세대는 어린 시절 주로 학교 수업을 통해 교과서 위주로 책을 접했고, 당시에는 도서관 등의 문화기반시설 부족으로 다양한 책을 일상적으로 접해본 경험이 적다. 이로 인해 책읽기를 학업이나 업무를 위한 도구적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은퇴와 더불어 책읽기를 멈추기 쉽다. 더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바로바로 습득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책읽기만의 가치나 소중함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다. 아마 이런 요인들이 우리나라 고령층 독서율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책읽기는 고령층에게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를 선사한다. 첫번째는 인지적 효과다. 책읽기는 나이와 함께 쇠퇴하기 쉬운 인지능력, 즉 집중력과 사고력, 논리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두번째는 사회적 효과다. 책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수록 많은 화젯거리가 생겨나고, 작가의 시각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책읽기는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범위를 넓혀 사회적 연대감을 확장시킨다. 세번째는 정서적 효과다. 책읽기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도록 하고 회상을 촉진함으로써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 자존감 상승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긴 시간 집에 머물며 느끼게 되는 사회적 고립감과 심리적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책읽기는 큰 도움이 된다. 책읽기를 어르신들께 권해드리는 이유다.

이렇듯 소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고령층 책읽기는 정부정책 분야나 민간 분야 모두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도서관·서점·독서 단체들이 어르신들의 독서를 위해 한데 뭉쳤다. 2021년을 '60+책의 해', 즉 60대 이상 어르신을 위한 책의 해로 명명하고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0+ 독후감 공모전'은 어르신들의 60자 독후감을 공모해서 당선작을 선정하고 전시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직접 글을 읽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책 읽어 드립니다'라는 책 낭독 프로그램도 있다. 현직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볼 수 있는 '행북(BOOK)학교'도 있고, 어르신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 추천 프로그램 '내 인생의 책'도 진행될 예정이다.

책읽기에는 나이가 없다. 어르신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오며 쌓은 지혜는,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더라도 새로운 느낌으로, 새로운 양식으로 더 커나간다.
주위를 둘러보시라. 정말 읽기 편하고,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들이 가까이에 많이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다. 책을 읽는 어르신의 모습이 많아지는 나라, 고령층이 책 읽은 이야기로 청년들과 소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책은 영원한 지혜의 샘인 동시에 어르신들의 진정한 '멋'이기도 하다.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