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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 몰린 스가, 재보궐 선거 '전패'...한일관계 개선 '난망' [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6 12:06

수정 2021.04.26 12:06

총선의 전초전격인 3곳 선거구 모두 패배 
'자민당 왕국' 히로시마 선거구까지 야당에 넘겨 
"스가 총리를 '당의 얼굴'로 선거 치를 수 있겠나" 
여력없는 스가, 악화된 한일관계도 공전할 듯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자료사진. 로이터 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자료사진.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올 가을 중의원(국회의원)선거의 전초전격인 3곳의 보궐선거(중·참의원)에서 전패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자민당의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만만했던 히로시마 선거구가 야당으로 넘어간 것은 대충격이다.

반년 내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 26일 자민당 내에서는 "과연 스가 총리를 당의 '얼굴'로 계속 내세워도 되겠는가.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대안이 없다"는 등 우려와 자조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스가 내각이 1년짜리 단명 내각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스가 총리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한·일 관계 현안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선거가 치러진 곳은 △중의원(하원) 홋카이도 제2구 △참의원(상원)나가노 △참의원 히로시마 선거구 등 총 3곳이다.


홋카이도 제2구는 자민당 소속으로 스가 총리의 측근인 요시카와 다카모리 전 농림수산상이 뇌물(500만엔, 약 5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올 1월 기소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 치러졌다. 히로시마 선거구는 역시 자민당 소속이었던 가와이 안리 전 의원(자민당)이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뿌린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재선이 치러졌다. 가와이 안리 전 의원의 남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최측근인 가와이 가쓰유기 전 법무상이다. 나가노 선거구는 입헌민주당 하타 유이치로 의원이 코로나19에 걸려 숨지면서 선거가 치러졌다. 총 3개의 선거구 가운데 2곳이 자민당 의원의 뇌물, 금권선거 때문에 공석이 된 것이다.

26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출근길 모습. 지하철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AP뉴시스
26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출근길 모습. 지하철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자민당은 이 가운데 홋카이도에서는 '돈 문제'를 둘러싼 책임을 인정한다며 후보를 내지 않았으나 히로시마에서는 후보를 공천했다. 패착이었다. 민심이반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히로시마가 자민당의 텃밭이기에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나, 히로시마 유권자들의 선택은 냉정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역시, 야권 공동 전략을 구사하며, 자민당의 도덕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자민당의 완패는 곧 스가 체제의 위기를 의미한다. 스가 내각의 한 각료는 마이니치신문에 "자민당이 벼랑끝으로 가고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일본에서는 오는 9월, 두 개의 큰 선거가 사실상 예고돼 있다. 하나는 중의원 해산에 따른 조기 총선, 다른 하나는 일본 총리가 결정되는 자민당 총재선거다. 스가 총리가 총선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그의 재선 역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미 자민당 내에서는 "스가 총리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 과연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전임 아베 총리가 재임 7년 8개월간 모리토모 학원 비리 등 각종 정치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총 6번의 선거에서 모두 당에 승리를 안겨 '선거의 왕'임을 입증했던 것과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안 부재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끌어내리기'의 최대 문제가 포스트 스가(스가 총리 이후 차기 일본 총리감)이 부재라며 결국, 스가 체제하에서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들 모두 아직은 당내 기반이 약한 상황이다.

유력한 차기 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의석수를 한 곳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스가 내각은 오는 7월까지 약 3600만명인 65세 이상 일반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반년 뒤 스가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서는 징용 배상 판결 등 한·일간 현안 역시 공전을 거듭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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