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반인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진다. 연예인과 달리,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시민들에게 더 큰 안타까움을 준다.
■응원 받던 배우 지망생도..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배우 지망생 고(故) 조하나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조하나의 지인은 지난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배우를 꿈꾸던 작고 착한 아이 하나는 겨우 23살의 나이로 작은 꽃망울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며 “단돈 200만원이 안 되는 돈을 보이스피싱으로 잃고 홀로 괴로워하다 고통 없는 삶을 택했다”고 전했다.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했던 가 보이싱 피싱 피해를 당한 후 안타깝게 사망했다.
조씨는 지난 2019년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이혼한 부모님 때문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19살에 스스로 변호사를 찾아가 출생신고를 했다고 털어놨다. 검정고시 교육 과정을 마친 후 배우의 꿈을 꾸고 있다고 밝히기도 한 그는 방송 이후 많은 응원을 받았다.
당시 시청자 고민을 해결해주는 형식의 이 프로그램에서 조하나는 연락이 없던 부친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수급자 신청을 했고, 부친에 대한 부양 의무가 없다는 소명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지역 주민센터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친을 만나면 부양 의무가 생기게 돼 이를 고민 중이라는 질문을 ‘물어보살’에 문의한 바 있다.
■만 20세로 합격한 공무원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의 안타까운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월 8일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근 A씨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현장·통신 수사, 가족·지인·동료 등 주변인 수사 등을 진행했으며 그동안의 수사 사항을 종합해볼 때 타살 정황이나 사인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나게 됐다.
A씨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경찰은 “사망 원인이나 극단적 선택의 동기 등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전했다.
A씨는 만 20세 나이로 7급 공무원에 합격해 ‘최연소 7급 공무원’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 사회적 현상으로
문제는 20대의 극단적 선택이, '사건'이 아니라 '현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방송에 나오는 이들의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청년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0대 자살률은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전 연령대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저출산·저성장 시대에, 주거와 근로 등 생활 환경이 가장 취약한 청년 세대의 극단적 선택은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회적 유대를 허물어뜨린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면서 이런 현상을 더욱 심해진다. 지난해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비례)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의적 자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자해 진료 건수는 1076건으로 2019년 상반기 792건 대비 3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 사이 20대는 80.5%, 30대는 87.2% 급증했다.
청년들의 우울증 진료 건수도 크게 늘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59만 5724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56만 3239명) 대비 5.8% 증가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연령은 20대였다. 2020년 상반기 진료 인원은 9만 3455명으로 2019년 상반기 7만 2829명보다 2만 626명(28.3%)이나 증가했다. 2015년(3만 3200명)과 비교하면 무려 181.5% 폭증했다.
■"물리방역 넘어 '심리방역'까지 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방역으로 ‘물리방역’도 중요하지만 ‘심리방역’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심리전문가는 “취업과 인적교류에 대한 스트레스가 청년층에서 자해나 우울감이 증가될 수 있다”며 “물리방역도 중요하지만 심리방역도 중요하다. 대학 당국자들은 심리방역을 위해 심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생상담센터에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심리 전문가는 “청년층의 경우 활동력이 상대적으로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물리적으로 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이 많아 더 많은 우울과 불안을 경험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부적인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통제가능한 환경을 바꿔보는 것으로 이런 우울이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일례로 타인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게 가까운 가족, 지인들과 연락을 깊이 한다든지 자기 돌봄의 태도로 이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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