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금소법 시행 한 달, 은행 소액 펀드 판매 절반 줄었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6 18:29

수정 2021.04.26 19:06

한 시간 설명해 실적 올리려면
최소 月50만원 이상 펀드 팔아야
징계 우려에 직원은 영업 소극적
상담 시간 길어지며 고객도 불만
#1. 최근 서울 구로동 A은행의 B직원은 펀드 가입 상담을 할 때 고객에게 소액펀드를 유도하지 않는다. 월 20만원 적립식 펀드를 팔기 위해 한 시간 가량 설명을 하기에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B직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소액 펀드를 팔면 실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 서울 강남역 주변 시중 은행 지점에 다니는 C은행원은 고객이 찾아 올 때마다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이다. 추후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고객 안내를 상세히 하지만 고객들이 상품 설명 등을 생략하자는 요구가 많고 설명을 듣다가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시중 은행들의 공모 펀드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법 시행 초기 일선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소극적인 영업은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은행들 소액 펀드 판매는 반토막

시중은행들은 금소법 시행 이후 공모펀드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리딩뱅크 중 하나인 A은행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공모펀드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금소법 시행 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만 팔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판매 금액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은행 관계자는 "판매 좌수는 크게 줄었지만 판매액은 법 시행 이전의 90%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소액 펀드 판매가 줄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최소 월 50만원 이상 적립식 펀드를 판매해야 시간대비 업무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 은행원 '불안', 고객은 '불편' 여전

지점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 초기에 비해 변화된 환경에 다소 적응은 됐지만 해당 업무를 볼 때 여전히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금소법 제약 사항과 법 위반시 뒤따를 징계 우려 등으로 판매에 있어 직원들의 위축된 모습이 심화되고 있고, 상품설명서 교부와 녹취상담 등에 따른 시간 경과 및 고객들의 불만으로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일각에선 고객 이해도 증가 및 직원 업무 숙련도 향상으로 금소법 프로세스가 이전 대비 자리를 좀 잡아간다고 하지만, 금소법에서 밝히고 있는 적합성 원칙 등을 의식, 직원들이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택트(비대면)로는 얼마 걸리지 않을 서비스들이 금소법 시행 이후 세배 이상 (시간이) 걸리고 있고 관련 서식 개정 등의 사유로 서류를 재작성하는 경우 등에 있어 고객들의 불만이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전히 시중은행들의 질의응답에 대해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중은행 소비자보호부 관계자는 "상세한 답변이 와야 하는데 시간을 끌거나 원론적인 답변만 해서 재차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답변이 지연되고 고객과 금융사간 이해 관계가 대립되는 현안에 대해서도 '의무는 아님 또는 할 필요가 있음'식의 원론적인 단답형의 답변이 많다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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