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가상자산 제도화 첫단추 꿰나...홍남기 "반 정도 제도화"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8 15:20

수정 2021.04.28 15:20

홍남기 "가상자산, 반 정도 제도화 진행...소관부처는 금융위"
여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산업화 필요성 강조
미국·EU 등 가상자산 제도화 작업 본격 시작
[파이낸셜뉴스] 3년 이상 가상자산을 유령 취급하던 우리 정부가 가상자산 제도화에 나설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정책 없이 내년부터 투자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2030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정부에서 가상자산 정책 마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가상자산 거래소 규정을 통해 보다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반 정도 제도화가 진행된다"고 밝히면서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홍남기 "가상자산, 반 정도 제도화 진행"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해 반 정도 제도화가 진행됐으며, 소관부처는 금융위위원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자산에 대해 반 정도 제도화가 진행됐으며, 소관부처는 금융위위원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의해 금융위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면서 "(가상자산이)자본시장육성법 대상 자산은 아니지만 거래소 규정을 통해 보다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반 정도 제도화가 진행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가장 가까운 (소관)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위가 특금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하면서도 "특금법 개정은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아니다"고 일축했던 것과는 달리 가상자산 제도화에 한걸움 다가간 발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28일 비상대책회의 도중 "수십조원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참여자만 400만명"이라며 "투자자들이 제도적 미비로 불법 행위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보는 것은 보호해야 한다는데 당정 간 이견이 없다"며 가상자산 제도화에 힘을 실었다.

미국·유럽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담당자와 민간 및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가상자산 규제 범위를 정하고 투자자 보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담당자와 민간 및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가상자산 규제 범위를 정하고 투자자 보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일제히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투자자 수와 거래량에 비해 제도화는 유독 느린 편이다.

미국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담당자, 민간 전문가,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자산 워킹그룹을 구성해 가상자산 규제 범위를 정하고,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관리 등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원에서 '2021년 혁신장벽 철폐법'을 의결한데 따른 것으로 가상자산 산업을 '혁신산업'으로 규정하고, 가상자산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또 올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투자상품 승인을 담당하는 SEC의 수장으로 블록체인·가상자산에 정통한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을 선임하면서 기대감이 더 커졌다. 현재 8개 이상의 비트코인 ETF가 SEC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8년부터 '가상자산 시장 규제(Regulation of Markets in Crypto-assets, MiCA)'라는 이름의 규제를 개발하고 있다. EU는 2024년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감독 및 규제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가상자산을 제도화해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전세계에서 관련 인재 및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앞서간다. 금융 선진국으로 '가상자산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포함시켰다. 가상자산 규제는 싱가포르통화청이 담당, 증권 및 선물법에 가상자산공개(ICO)를 규정했고, 지불서비스법에 따라 거래소가 규제를 받는다.

일본의 경우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을 법적 용어로 규정한 법을 제정할 정도로 가장 진보적인 가상자산 규제 풍토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청(FSA) 관할 하에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결제서비스법(PSA)에 따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법적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각국이 가상자산에 대해 산업으로서 발전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시시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나라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가 함께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산업적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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