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에서 2018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인천 해변과 낙동강 주변의 침전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전 세계에서 두세 번째로 높다. 우리 정부와 각 지자체는 바다를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활용·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해양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해양환경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는 기관의 수장을 만나 우리나라 해양오염의 실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본다.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해양오염과 미래에 닥쳐 올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전세계가 책임감을 가지고 협력해 실천하는 것이다.
서종석 해양관리협의회(MSC) 한국대표는 해양환경 위기와 관련해 이같이 말하고 "더 이상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갈등을 해결하며 상황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관리협의회(MSC)는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을 위해 '지속가능한 어업 국제 규격'을 제정하고, 에코라벨 도입을 장려하는 국제 비영리단체다.
식약처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에 대해 해썹(HACCP)마크를 붙여주는 것처럼, MSC는 자체 제정한 규격과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 인증된 수산물 제품에 대해 에코라벨을 부여하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서 대표는 "현재 전 세계 수산자원의 34.2% 이상이 남획(자원량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어획이 이뤄지는 상태)되거나 지속가능 하지 않은 방식으로 어획되고 있다"며 "해마다 약 2조 700억 마리의 물고기가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수산물 어획량 역시 심각하게 줄고 있다"며 "한때 170만톤을 넘어가던 어획량이 이제 100만톤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가 이뤄져야 하고, 해양환경 보존을 위한 플라스틱 쓰레기 최소화 등에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할 시기"라며 "국민들의 참여와 작은 노력이 지속가능한 지구와 건강한 인류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종석 해양관리협의회(MSC) 한국대표와의 일문일답.
- 그간의 성과나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 한국에도 드디어 MSC 어업인증을 받은 수산기업이 생겼다. 동원산업에서 국내 어업으로는 최초로 다랑어 선망과 연승어업에서 어업인증을 취득했다. 이마트·홈플러스· 롯데마트·올가홀푸드 등 국내 대표적인 대형마트들과 동원 F&B·한성기업·삼진어묵· 덕화명란 등 유명 수산기업들이 MSC 유통인증인 CoC인증을 취득하거나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가능수산물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에서 한국수산식품유통포럼을 발족했다. 5개의 분과 중에 지속가능수산물유통분과가 있는데, MSC 인증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지속가능한 어획을 지향하는 유통기업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 인식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어업과 수산물 유통을 위해 소통할 수 있는 컨퍼런스 및 세미나를 자주 개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현재 우리나라 바다환경과 오염 실태나 수준이 어떻다고 생각하나.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생선들은 대부분 연근해에서 조업이 되고 있는데, 최근 수산자원이 고갈되면서 어업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좁은 어장에서 통발· 자망·선망·저인망·안강망·정치망 등 여러 어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 혼획(특정 어패류를 어획하는데 다른 종이 섞여 잡히게 되는 일)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2017년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가 무려 1만 2000마리에 달한다. 범고래·돌고래·상괭이 같은 이빨고래류가 1만 마리 이상 혼획되는데, 상괭이의 경우 전체 70%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년 동안 연근해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어구가 4만4000톤에 이른다. 문제는 1만1000톤 정도만 수거되고 나머지는 3만3000톤은 그대로 바다에 유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거의 20만톤 정도의 폐어구가 우리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폐어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전체 어획량의 10% 수준이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000억대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불법어획, 무분별한 취미낚시, 갯벌, 연안습지같은 해양서식지 파괴등으로 우리 바다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
- 해양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MSC의 활동을 소개한다면.
▶ MSC 인증을 통해 불법어업을 몰아내고 자원량을 회복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MSC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무자비한 남획과 불법조업으로부터 수산물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산물의 17%가 MSC 인증어업에서 나오고 있고, 100개국에 4만개의 MSC 에코라벨이 유통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0억 달러 규모다. UN과 FAO에서도 수산부문의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MSC 인증 취득을 권하고 있다.
이에 맥도널드· 힐튼·하얏트 등 수산물 주요 바이어들이 구매 선언을 했고, 우리나라에도 지속가능 수산물이 현재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동원F&B·한국맥도날드·이케아 푸드·홈플러스·롯데마트·한성기업·올가홀푸드·덕화푸드·삼진어묵 등 65개의 기업에서 MSC CoC 인증을 획득,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소비자에 알리는데 동참하고 있다.
- 국외에서 해양환경 위기 극복을 위해 진행한 활동 중 성과를 소개한다면.
▶1990년대에 유럽에서 즐겨먹던 대구(cod)가 남획, 불법어획, 해양생태계 파괴 등으로 대서양에서 완전히 고갈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유럽의 특정 마트에서 불법 어획된 수산물을 찾아내고 불매 운동을 벌였다.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테스코·코스트코·월마트·까르푸 등 100여개가 넘는 대형마트들이 공급업체들에게도 MSC 인증을 요구했고, 그 결과 100개가 넘는 글로벌 대형마트들에서 주요 고갈 위기어종에는 100% MSC 인증을 요구하게 됐다.
MSC인증을 받으려면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어업을 해야했다. 대형마트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점차 MSC 인증을 받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결론적으로 위기어종을 살려낼 수 있었다. 특히 영국의 세인스베리와 일본의 이온은 2025년까지 전체 수산물 100%를 MSC 에코라벨 상품으로 대체하겠다고 선포하고 있다.
- '해양피켓챌린지'와 해양환경을 되살리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는 '주니어해양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참여 계기와 기대하는 바는.
▶지속가능한 바다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인식 개선 교육이 중요하다. '주니어해양컨퍼런스'와 같이 아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며 해양환경 보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일들이 해양환경을 되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에도 바다가 주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바다의 실태를 알아야 한다. 죽어가는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직 희망이 있을 때 잘 보존해야 한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우리 바다는 조금씩 회복되라라 믿는다.
- MSC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MSC 프로그램에서 지속가능수산물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개선활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연근해어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국제기금을 유치했다. 현재는 교육기관과 연계한 환경교육,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과 협력해 소비자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MSC 인증제도에 협력적 거버넌스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 연구기관, 환경단체, 학계, 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MSC는 앞으로 국민생선인 고등어, 갈치, 조기 어업 등이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판단 한 후 MSC 프로그램을 통해 어업개선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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