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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콘텐츠 後계약 악습, 이제 그만[현장클릭]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8 17:51

수정 2021.04.28 18:52

유료방송 콘텐츠 後계약 악습, 이제 그만[현장클릭]

살면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은 흔히 발생한다. 하다못해 우유배달 신청할 때도 계약서를 미리 작성한다. 계약서를 먼저 작성한 뒤에 해당 계약 내용에 따른 의무를 서로 이행하면 된다. 만약 이 같은 '통상적인' 과정을 완전히 뒤바꿔 버린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유를 실컷 먹어본 뒤 계약을 하게 된다면 "먹어보니 영 맛이 없더라"며 제값을 쳐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런 후계약은 있어서는 안된다. 불공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계약 관행이 버젓이 행해지는 분야가 여럿 있다. 조선이나 건설 분야에서 하도급 업체들이 후계약 관행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심지어 소위 첨단산업으로 불리는 콘텐츠 업계에서도 이런 후계약 관행이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재 프로그램 제공자(PP)는 프로그램을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플랫폼)에 먼저 공급한 뒤 나중에 정해진 한도에서 사용료를 지급 받고 있다.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콘텐츠를 이미 공급한 상황에서 플랫폼 대비 PP의 협상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최근 '선공급-후계약' 채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보류됐다. 이유는 IPTV 업체들이 중소 PP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해서다. 선계약을 진행하면 대형 PP들과 먼저 계약한 뒤 사용료를 지급할 텐데 중소 PP에는 줄 돈이 남지 않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IPTV 업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초에 자신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콘텐츠 사용료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준을 정해놓는 것 자체가 문제다.

불합리한 후계약 관행의 시초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편과 플랫폼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을 처음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연 돼 연말이 되어서야 겨우 타결됐다. 특수한 상황에 의해서 잘못 지연된 선례가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잘못된 오랜 관행을 끊어낼 때다. 이미 플랫폼 사들은 넷플릭스 같은 해외사업자들과는 막대한 수익배분 기반의 선계약을 제안하고 추진할 정도로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고 있다.
국내 PP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길 기대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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