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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진의 K-유니콘] 쿠팡이 쏘아올린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9 18:44

수정 2021.04.29 18:44

[홍승진의 K-유니콘] 쿠팡이 쏘아올린 딜레마
벤처생태계에 자금이 많아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미루고, 대규모 투자를 받아 매출을 키우는 외형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들은 상장을 통해 공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기존 투자자들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국내증시에 상장하려고 보니 상황이 만만치 않다. 마켓컬리와 야놀자 등 유니콘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유니콘 기업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거래소 시각에서는 지속가능성이 모호한 적자기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유니콘 기업은 만족스러운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 증시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글로벌 증시 대비 전반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쿠팡이 시가총액 100조원을 찍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했다. 쿠팡 시총은 현재 83조원이다. 네이버쇼핑을 품고 있는 네이버 시총도 61조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압도적이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일제히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 등을 내세우며 해외증시로 가려는 기업들을 잡으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차등의결권 도입에 앞서 보수적인 한국 증시 특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기관들만 정보를 독점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개인투자자들도 충분히 현명하다. 모바일트레이팅시스템(MTS)에서 클릭 몇 번이면 국내 개인투자자도 쿠팡을 비롯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을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달 기준 이미 91조원에 이르고 있다.

유니콘 입장에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일은 상장 그 자체에 드는 비용도 엄청날 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상장 규제에도 꾸준히 대응해야 하므로 결국 미국 증시에 도전했을 때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법인이 미국 증시에 도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 증시의 보수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는 없다.
당분간은 유니콘들이 미국 증시에서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고 그에 따라 한국 기업들을 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져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한 단계 더 올라가길 기대해 본다.

홍승진 엔젤리그 이사·변호사 (카이스트 K스쿨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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