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7월 거리두기 개편안 조건부 시행…"피해 최소화 전략 전환 선언"

뉴시스

입력 2021.05.01 05:08

수정 2021.05.01 05:08

상반기 1200만명 접종·일평균 1000명 이하 확진 시 당초 3월 적용 방침…유행 확산에 적용 시기 늦어져 개편안 단계 조정 기준 상향…"1000명 기준 불명확" "섣부른 접근 안돼…고위험군 접종·유행감소 때 시도" "변이 바이러스도 염두…국내 유입 고려해 신중해야"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 집합을 금지를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를 찾은 시민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있다. 2021.04.1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 집합을 금지를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를 찾은 시민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있다. 2021.04.1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김남희 기자 = 정부가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 계획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정부가 방역 정책을 억제 전략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봤다.

정부가 개편안 적용 전 오는 6월까지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를 1000명 이하로 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언제든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위험, 상반기까지 접종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만을 보지 말고 확산세가 감소 추세인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방역 수칙을 현행보다 완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이르면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새로운 개편안에 제시된 단계는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간소화되고, 전환 기준은 상향 조정됐다.

구체적으로 단계 조정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하루 평균 환자 수로 따진다. 단계별 기준 ▲1단계 1명 미만(전국 환자 500명 미만) ▲2단계 1명 이상(전국 환자 약 500명 이상) ▲3단계 2명 이상(전국 환자 약 1000명 이상) ▲4단계 4명 이상(전국 환자 약 2000명 이상)이다.

개인 활동과 시설을 대상으로 한 규제도 최소화한다. 현행 사적 모임 금지는 5인에서 9인 이상으로, 오후 10시 운영 시간 제한은 완화 또는 해제 등으로 조정한다. 집합금지는 감염 위험이 높고 방역 관리가 힘든 유흥시설 등을 대상으로 4단계에서만 진행할 계획이다.

단, 개편안을 적용하려면 예방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돼 상반기 목표인 누적 1200만명 1차 접종을 완료하고,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1000명 이하로 통제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정책을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고 보면서 동시에 개편안 적용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조처는 억제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서 4차 유행이 시작했고 확진자 수가 700~800명대를 진입했음에도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했다. 억제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수정할 필요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 개편안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개편안은 사실상 방역을 완화하는 것이다. 확진자 수를 제대로 떨어뜨리지 못하고 어설프게 적용할 경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30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661명 증가한 12만2007명이다. 신규 국내 발생 확진자는 642명, 해외 유입 은 19명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30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661명 증가한 12만2007명이다. 신규 국내 발생 확진자는 642명, 해외 유입 은 19명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전문가들의 진단과 다르게 정부가 개편안 시행을 서두르는 데에는 지난 2~3월 마련한 거리두기 개편안을 더 이상 묵힐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백신 접종을 본격화하는 3월부터 거리두기 개편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3차 유행 당시 장기간 이어진 집합금지 조처로 피해를 본 다중이용시설 간 방역 조치 형평성 논란, 피해 보상 요구 등이 이어지면서 개편안을 시행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지난 3~4월 유행이 이어지면서 3월 내 새 체제 개편안 적용이 불가능했다. 정부가 개편안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개편안 기준 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유행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놓은 개편안 기준 1단계는 전국 신규 확진자 수 363명 미만(수도권 180명 이하), 인구 10만명당 0.7명 미만일 때다.

지난 4월 들어 일주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가 500~600명대를 기록하면서 기존 개편안 1단계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개편안 단계 조정 기준을 상향하고, 고위험군 예방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7월부터 개편안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교수는 "고위험군 접종을 마친 후에는 중장기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지만, 1000명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감소 추세면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1000명보다 적어도 증가세가 가파르면 시도할 수 없다"며 "고위험군 접종이 일단 완료되고, 완화 시기로 갔을 때 유행 상황이 안정되면 그때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000명대에서 조절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방역을 조금만이라도 느슨하게 하면 1000명에서 2000~3000명까지 폭증할 수 있다"며 "지금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100~200명씩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상태가 유지되면 다음 달이면 900~1000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5배 이상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확진자가 대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 27일 0시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는 총 535건으로, 영국 변이 464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 61건, 브라질 변이 10건 등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집단감염 사례는 총 38건으로, 남아공 변이가 발견된 경기 김포시 일가족, 서울 강서구 직장·가족 두 사례 외에 36건에서 모두 영국 변이가 발견됐다.

최근 다수 확진자가 나온 울산 지역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전체 확진자 중 9%를 대상으로 변이 바이러스 여부를 분석한 결과 89%에서 영국 변이가 발견됐다.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에선 백신 예방접종을 받더라도 10만명 중 8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이 보고됐다.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을 100%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변이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변이 확산 시 접종자도 안심할 수는 없다.

정재훈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는 언제든 균형을 깰 수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해외 유입 차단도 중요하지만, 국내 확산도 매우 중요하다.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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