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린지 밀러 "北주민들 밝고 쾌활…여성 인권문제는 우려"

뉴스1

입력 2021.05.01 07:01

수정 2021.05.01 07:01

린지 밀러 © 뉴스1
린지 밀러 © 뉴스1


북한 평양 거리 (린지 밀러 제공) © News1
북한 평양 거리 (린지 밀러 제공) © News1


북한 평양 마주한 북한군 (린지 밀러 제공) © News1
북한 평양 마주한 북한군 (린지 밀러 제공) © News1


북한 평양에서 남성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린지 밀러 제공) © News1
북한 평양에서 남성들이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린지 밀러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내가 본 북한 사람들은 친절하고 유머감각이 있었다."

북한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남편과 함께 평양에서 살았던 린지 밀러의 얘기다.

그는 지난달 29일 이뤄진 뉴스1과 영상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습은 핵무기와 독재자의 군사 열병식뿐만이 아니었다"며 2017년부터 2년간 평양에 머무르면서 "북한 사람들도 여느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 주민들은 거기에서 태어나는 걸 선택한 게 아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부인하진 않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인권, 그 중에서 여성 인권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밀러는 "북한의 가정폭력과 여성폭력, 성차별은 뿌리가 깊다. 국가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존재한다"며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한 여성들이 안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러는 다음달 자신이 평양에서 보낸 일상과 사진들을 담은 책 '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을 발간할 예정이다. 한국어판 발간 여부는 현재 출판사와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음은 밀러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외교관 가족 신분이어서 북한으로부터의 통제가 덜했다던데.

▶그렇다. 여행객들과 달랐다. 그래도 꾸준히 감시 당했다. 직접적인 건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외교관들 사이에선 북한이 우릴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평양에 돌아다니고, 원산 같은 휴양지, 또 북한·중국 국경에서 물건을 구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자유는 아니었다. 한번은 평양 주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 갔는데 나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절대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들도 있다. 요약하자면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를 얻었다고 본다.

북한 주민들조차 이동의 자유가 없다. 북한 주민들이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땐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난 몇몇 주민이 북한 당국에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굉장히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만난 몇몇 주민들은 이동의 자유가 없는 데 대한 불만도 얘기했다.

-북한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는 데 불편함은 없었나.

▶북한 사람들은 친절했다. 내게 영어를 하려고 먼저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사람이 믿을만한지, 또 그들이 날 믿을만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를 생각하는 바람에 관계를 쌓는 게 어려웠다. 내가 만약 이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면 북한 당국으롭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다.

한번은 몇몇 대학생들과 같이 얘기를 나누는데, 금방 눈치를 보더니 다른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런 사례가 많았다. 감시체계가 언제 어디서든 작동하고 있다는 걸 봤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 있다면.

▶내 관점에서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평양에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사진이 있다. 40년 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트럭이었고, 군복을 입은 군인들 모습도 그랬다.

보통 서양의 관점에서 북한 군인들은 서양인들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북한 열병식에 나오는 모습 그 자체만 보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보며 '키스'를 보내는 등 장난을 치고 웃기도 했다. 그 사진이 북한의 진짜 모습을 담은 것 같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이란 점이 나를 사로잡았다.

-북한에 가기 전에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었나. 방문 후에 어떤 게 많이 바뀌었나.

▶그 전엔 내가 북한에 가면 그곳을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 또 북한에 대해 전문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짧았다. 북한에 머물면서 내가 그곳에 대해 아는 게 얼마 없다는 걸 느꼈다. 북한을 열병식, 집단체조, 미사일, 독재로 규정한다면 일부분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북한 사람들은 친절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세계에 대한 궁금증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많은 게 바뀌었다. 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북한사람들도 (우리 같은) 사람임을 알리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정권의 악마화를 부인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도 거기서 태어나는 걸 선택한 게 아니다.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

-북한 주민과 대화하면서 한국에 대해 들은 얘기가 있나.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내가 서울에 가봤는지, 어땠는지 물어봤다. 그들은 내 휴대전화에 담긴 한국 사진을 보고 싶어 했다. 또 그들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는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합동공연도 다녀오기도 했다. 1000명 가까운 북한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 공연 자체보다 북한 사람들 반응을 봤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책에 북한 여성에 대한 얘기를 썼다. 북한에 머물렀던 당시엔 그들에게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게 있나.

▶많은 여성들을 만났었다. 주부, 직장인, 학생, 어린이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프리랜서인 내 직업에 대해,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다는 것에 매우 궁금해 했다. 특히 몇몇 북한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커리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 놀라웠다.

북한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안전하게 지내라는 거다. 북한의 가정폭력과 여성폭력, 성차별은 뿌리가 깊다. 집안에서도 여성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고, 국가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존재한다.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납치와 인신매매,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안다.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전하길 바란다.
어쩌면 외국인으로부터 이런 위로를 듣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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