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자율이라고 해놓고 압박"…경찰 내부망, 백신글로 '시끌'

뉴스1

입력 2021.05.01 08:02

수정 2021.05.01 11:41

경찰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의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2021.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찰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의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2021.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 대한 경찰 내부 잡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백신 접종 관련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으며 경찰들은 댓글 등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경찰들은 김창룡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폴넷 게시판은 현재 백신 접종 관련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 29일 올라온 '백신 관련 지휘부에 실망이 많습니다'라는 글에는 1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지방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글쓴이는 "자율이라고 해 놓고 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반감과 실망스러운 마음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그는 "경찰청장께서 자율이라고 언론에 천명했고, 복지정책과의 공식적 게시물에도 접종희망자라고 표기해 놓고 지금의 형태는 강제와 다름없다"며 "왜 자율적으로 맞지 않겠다는 조직원까지 압박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글에는 "승진에 눈이 멀어서 자율이라는 탈을 씌우고 강요와 강압으로 직원들이 강제접종하게 하신 분들은 반성하라", "직원들의 속마음을 대변해주고 정말 공감가는 글", "아픈 사람 발생 시 조직에서 다양한 지원 및 책임을 다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줬다면 전국의 경찰관들이 자원해서 접종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등 댓글이 달렸다.

또 지난 28일에는 '청장님 더이상 선한 사람을 악으로 변하게 해선 안 될 것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지방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글쓴이는 "처음부터 사회적 책무라는 무게를 두고 일관성 있게 지침이 내려졌다면 이렇게까지 동료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모든 것이 김창룡 청장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창룡 청장님께서 각 지방청장 화상회의에서 거침없이 압박하는 모습을 모든 직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각 관서마다 내려오니 (접종률이) 저조한 관서는 또 각 과장, 지구대장, 파출소장에게 재촉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경찰들은 "화상회의 좀 그만하자", "문자좀 그만 보내세요. 자율 접종이라고 해놓고 이러면 자율 접종 같이 안 느껴진다", "자율이라고 하지만 접종자 파악하고 독촉하는 건 자율이 아닙니다. 무슨 작전 치르는 것 같아 보입니다' 등 공감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백신 접종 관련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라며 접종을 독려하는 글에는 "특진 축하드린다", "경찰 때문에 불안감이 조성된 게 아니라 부작용 사례 등으로 불안감이 생겼다" 등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경찰서 부서와 소속 지구대, 파출소별 접종률과 접종 예약률 등을 수치화한 표를 만들어 수시로 업데이트하면서 경찰 내부적으로 '사실상 강요'가 아니냐는 불만이 계속돼 왔다.

한편 김 청장은 지난달 19일 정례간담회에서 경찰관 백신 접종에 대해 "본인의 동의를 받고 예약을 진행해 이뤄진다"며 "강제 접종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백신을 접종한 뒤 "경찰의 우선접종은 국민안전 수호자인 경찰에 대한 배려이자 경찰의 사회적 책무"라며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차원에서 경찰 가족 모두 접종에 적극 참여해주길 당부한다"고 독려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