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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끌' 나중은 더 어렵다…대출 상담 받아보니

뉴시스

입력 2021.05.02 05:01

수정 2021.05.02 05:01

단계적인 DSR 예고로 대출 막차 수요 예상 은행 대출 상담 받으러 가보니 비대면 권유 비대면 우대 조건에 금소법 설명 의무 영향 가수요→옥죄기→증가세 주춤 등 학습효과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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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7월 되면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진다면서요. 지금이라도 최대한 받아놓는 게 유리할까요?"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소재 A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신용대출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건넨 질문이다. 이날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이다.

은행 직원은 "저희는 쓸 만큼만 대출을 받으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고객님이 정 그러시면 일단 신용대출을 받아놓고 그때 가서 일부 상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용대출 총액 1억원 이상이면 주택구입자금 용도로 사용이 불가능하니 타행에서 열어둔 마이너스통장이나 대출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원도 단계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는 7월 전까지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내놓은 답변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직후 신용대출 가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속된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을 받는 게 이미 빡빡해진 상태지만,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추가 옥죄기에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재개했고, 당시 신용대출 한도도 기존보다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쪼그라들었다. 정부 대책이 여러 차례 나오면서 그 때마다 은행도, 대출고객(차주)들도 학습 효과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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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문한 은행은 대출상품비교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신용대출 한도, 금리를 확인한 뒤 선택한 곳이다. 직장과 연소득, 대출기간, 원리금상환방식 등을 입력하면 1~2분 만에 1금융부터 2금융까지 대출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자가 취재차 입력한 연소득 정보는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소득 5000만원 초반대 일반 직장인이다.

그동안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신용대출 총액 1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 40% 규제 대상이었지만 7월부터는 신용대출 총액 1억원만 넘으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연소득 5000만~8000만원인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핀테크앱 신용대출 상품 비교 결과 이날 기준 최저금리를 제공하는 B은행은 2% 중반 금리, 최대한도는 7000만원 중반대를 제시했다. 또 최대한도 1억원 초반까지 가능한 A은행은 3% 후반 금리로 확인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한 인터넷은행 앱에서 같은 정보로 조회하자 예상금리는 3% 중반, 예상한도는 5000만원 중반이었다.

1억원 넘게 대출이 가능하다고 나오는 은행은 A은행이 유일해서 이 은행 영업점에 방문했다. 서울 시내 영업점이 많지는 않은 지방은행이었다.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확인해야 할 서류가 많은데 고객님 문자로 보내드리겠다"고 안내하는 옆 창구 직원 목소리가 들렸다.

대기번호 차례가 왔을 때 창구에 가서 마주한 직원은 긴 설명보다 자사 앱을 설치해보라고 권유했다. 현장에서 대출을 신청하는 것보다 비대면으로 진행했을 때 금리 등을 우대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금소법 시행 이후 설명 의무로 긴 시간 상품을 안내해야 한다는 점도 의식한 듯 보였다.

직원은 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앱을 설치한 뒤 비교적 정확한 대출한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적용되는 금리는 그대로였지만, 1억원이 넘는다고 생각했던 한도는 9000만원 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타행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상담을 끝낸 직원은 마지막에 "요즘 여러 은행에서 대출 조회를 해보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비대면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모바일에서 해보고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점점 더 대출 규제가 복잡해지는 탓에 '이래놓고 어떻게 100% 비대면 대출을 현실화하냐'는 은행 직원들의 푸념도 들린다. 현재 은행들의 비대면 대출상품은 신용대출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번 대책이 나올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따져봐야 할 게 많아서 직원들도 이제 그냥 계산해서는 못하고, 하나하나 들여다본 뒤 시스템에 입력해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인데 이렇게 복잡하게 해놓고 비대면 대출이 가능할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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