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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막힌다"…대출규제 숨은 병기는 '신용대출 만기기준 축소'

뉴스1

입력 2021.05.02 06:40

수정 2021.05.02 08:39

서울의 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의 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중 '신용대출 만기기준 축소'가 가장 강력한 규제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규제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신용대출 한도가 절반으로 줄고, 총대출한도도 크게 제한돼 신용대출을 이용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투자)이 상당수 차단될 것이란 전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인해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집을 사거나 투자하는 '영끌'이 한층 어려워진다.

금융위는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으면 차주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1년 치 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기준이다.


금융위는 서울 아파트의 약 83.5%, 경기도 아파트의 약 33.4%가 차주단위 DSR 규제를 적용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은 사실상 대부분 아파트가 DSR 규제를 받게 된다.

DSR 40% 규제 자체가 대출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이미 규제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시뮬레이션에서도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투기지역에서 집을 살 때 DSR 40%를 적용해도, 만기를 30년(금리는 2.5% 가정)으로 늘리면 최대 4억2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LTV 40% 규제 대출한도인 3억6000만원보다 오히려 더 많다.

그러나 여기에 신용대출 규제가 더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융위는 DSR 산정 시 대출의 실제만기가 적용될 수 있도록 신용대출의 만기기준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현재 주담대는 DSR 산정 시 실제만기가 적용되고 있으나, 신용대출은 1년 만기의 상품이어도 매년 갱신되는 관행을 고려해 일률적으로 10년 만기를 적용해왔다. 만기기준이 반으로 줄면 차주가 매년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 부담은 늘기 때문에, DSR 산정 시 대출한도도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인 A씨가 신용대출 1억원을 받을 경우, 현재는 10년 분할상환으로 가정해 연 상환액을 1000만원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만기기준이 5년으로 줄면 연 상환액은 2000만원으로 늘게 된다. 이를 A씨의 연 소득으로 나누면 DSR 40%로 계산돼 이 자체만으로도 추가 대출이 막히게 된다. 이미 주담대가 있다면 DSR은 더 초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10년간 갚을 수 있는 돈을 5년간 갚을 수 있는 돈과 비교하는 거라 소득이 같다면 대출한도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신용대출이 DSR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 신용대출을 이용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LTV 규제 강화로 주담대 한도가 크게 줄면서 신용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영끌'이 성행했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대출 증가율은 18.3%로 주담대(4.8%)보다 4배 앞섰고, 1억원 이상 거액 신용대출 비중은 15.9%에 달했다.

금융위는 다만 신용대출 만기기준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시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어 올해 7월 일차적으로 7년으로 줄인 뒤, 내년 7월 5년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용대출 만기기준 축소'로, 전체 DSR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며 "앞으로 대출한도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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