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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부지 용적률은 400%인데, 하림이 2배 제안한 이유

뉴스1

입력 2021.05.02 07:01

수정 2021.05.07 11:06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사진제공=하림) © 뉴스1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사진제공=하림) ©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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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도시첨단물류단지(도첨단지) 조성을 두고 토지 소유주인 하림산업과 인허권자인 서울시가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하림은 용적률 400%와 800% 사이에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양재 부지에 용적률 799.9%로 지상 70층·지하 7층 규모 건물을 짓겠다며 서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시 도시계획국은 "일대의 상습적인 교통 체증 등을 고려해 시 도시계획에 따른 용적률 400%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하림은 도첨단지 의무사항인 물류시설 비율 30%에다 서울시 방침에 따라 연구개발(R&D) 시설 40%까지 개발 계획에 반영하려면 용적률 대폭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앞선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이는 하림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수익성 낮은 R&D시설이 40%라 용적률 상향 필요" vs "400%로도 충분한 수익"

하림은 서울시가 연면적의 40%를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연구시설로 할당해 용적률 800%로 개발하더라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하림 측은 "물류시설 비율 30%와 R&D시설 40%를 상정해 비교 분석한 결과, 용적률 800%를 가정해도 내부수익률은 1.01%에 불과했고, 600%의 경우엔 -0.66%였다"고 설명했다.

시 입장은 다르다. R&D시설을 포함하고 용적률 400%를 적용하더라도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국 측은 KCTC부지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 부지는 하림 부지 길 건너에 위치한 곳으로, 지난달 29일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R&D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가결됐다.

결정된 계획에 따르면 이 부지에는 용적률 399%, 지하 4층~지상9층 규모로 데이터센터와 업무시설 등 복합건축물이 들어온다. 한 관계자는 "연구 시설이 대부분인데도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에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사례"라며 "연구공간은 기부채납도 아니고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수익 사업"이라고 말했다.

◇"근거 법령 달라 800% 가능" vs "용적률 제한 핵심인 '교통체증' 안 바뀌었다"

하림은 양재 부지 사업은 '물류시설법'이 근거 법령으로, KCTC와 같이 국토계획법에 근거한 일반 도시개발 사업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첨단지는 높은 토지가로 인한 입지의 어려움·첨단 물류시설 구축 비용 등을 감안해 조례상 용적률의 상한선(80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주어졌단 것이다.

이 주장도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림 부지는 국토계획법을 따르더라도 용적률을 상한까지 적용할 수 있었지만, 상습 교통정체를 겪는 양재 IC 등 기반시설 용량을 감안해 400%로 관리돼왔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지금도 '상한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상한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용적률 400%의 근본적 원인인 부지 주변 상황은 여전한데, 근거 법령이 바뀌었다고 용적률을 2배로 높여달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토부가 도첨 시범단지 선정 내용을 반영할 당시 개별 사업 추진은 지정권자(서울시장)가 지역 여건 변화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비용적 측면을 논의해 접점 찾아야"

서울시는 하림이 현대자동차 GBC 부지 용적률과 비슷한 800% 용적률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견물생심'이라고 비판해왔다. 과거 하림이 GBC 부지 가격의 27분의 1 가격에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용적률 조건이 절반이었다는 이유가 컸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헐값에 땅을 사서 갑절 짜리 건물을 올리는 건 '로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만약 하림의 용적률 800%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도첨단지 공공기여 비율은 제도 도입 초반 40%로 논의됐으나 결국 최대 25%로 제한됐다. 이에 부지 용적률을 400%에서 800%로 2배로 높이더라도 하림이 받는 공공기여 부담은 3.6%밖에 늘지 않는다.

도시계획국 측은 "공공기여에는 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비용이 포함되는데, 비율이 현저히 적어 의미 있는 개발이익의 환수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부영향 최소화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림의 용적률 주장을 받아들이면 개발이익이라는 '과실'은 하림이 차지하고, 교통 체증으로 인한 시민 불만이라는 '화살'은 서울시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일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실장은 "민간 기업으로서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하림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양재동은 용적률 800%의 밀도를 견딜 수 없는 곳"이라며 "도첨단지를 얻기 위해 양재를 지나는 모든 시민이 상습 정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할 상황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을 존중하고 비용적 측면을 논의하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림 관계자는 "기본 구상을 밝힌 의향서 제출단계에서 나오는 여러 사항(교통체증 등)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례로 교통영향평가는 결과를 반영해 창의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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