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비주류' 송영길이 이끄는 민주…당청 관계 재편 불가피

뉴스1

입력 2021.05.02 19:18

수정 2021.05.02 19:18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5.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1.5.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이 2일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여당과 청와대 간 관계 재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번 선거 내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온 만큼, 향후 민주당이 부동산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총 득표율 35.60%를 얻어 홍영표(35.01%)·우원식 후보(29.38%)를 제치고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친문' 홍영표 후보와 불과 0.59%포인트(p) 차 초접전 끝에 승리했다.


추미애·이해찬·이낙연 등 '친문'에 속했던 이전 당 대표들과 달리 '변화'를 전면에 내건 송 대표는 무려 세 번의 도전 끝에 당권을 거머쥐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인해 민주당 내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권 재창출을 위해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는 송 대표의 전략이 주효했다.

홍영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지키기'를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단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고, 우원식 후보도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박근혜 정부 계엄령 재수사', '부동산 정책기조 유지' 등을 주장하면서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송 대표로서는 뚝심 있게 변화를 강조해 오면서 승리를 따낸 만큼, 향후 민주당의 정책·기조를 변경하는 데 있어서도 명분을 획득한 셈이다. 송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난 4월7일 민심의 매서운 심판을 받았지만 아직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변화를 바라며 투표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의 여망을 깊게 새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영표·우원식 후보도 앞으로 당청 관계가 민주당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당명 빼고 다 바꾼다', '계파 찬스를 쓰지 않는다'는 송 대표의 차별화 전략을 고려할 때 더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관계도 재설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송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왔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해 집값의 10% 자금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간 정부는 은행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이 다주택자 중심의 부동산 투기를 확산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해왔다. 투기과열지구 등에서는 LTV각 40%로 제한되고,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수도권 지역에서도 LTV는 70%로 규제된다.

이런 대출규제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당정도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송 대표의 'LTV 90%'는 그보다 훨씬 과감한 주장이다. 민주당이 부동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부동산 정책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나 큰 폭의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송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추가 도입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20년이 넘는 의정활동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를 강조하면서 주도적으로 백신 확보에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역시 백신 수급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홍영표·우원식 후보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송 대표는 제4기 민주 정부, 즉 정권 재창출을 최대 목표로 제시한 만큼, 향후 부동산·백신뿐 아니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언제라도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로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는 국면에서 민주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다만 송 대표가 청와대와 눈에 띄게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영표 후보의 득표율에서 보듯 '친문' 당원들의 힘이 견고하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용민, 강병원 의원이 나란히 득표율 1,2위를 기록했다.

송 대표 본인도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점을 강조했고,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도 역설했다.
이에 송 대표는 청와대와 협력 관계 속에서도 확연한 변화로 민심을 얻어내는, 고난도의 '줄타기'를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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