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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OTT' 신산업 서로 달려들면서…암호화폐엔 '눈감는' 부처들

뉴스1

입력 2021.05.03 06:30

수정 2021.05.03 06:30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생명 콜센터를 방문, 코로나19 방역지침 준수상황 점검 후 보험설계사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1.4.29/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생명 콜센터를 방문, 코로나19 방역지침 준수상황 점검 후 보험설계사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1.4.29/뉴스1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4.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4.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금융위가 맡는 거 아닌가요?"

직장인 10명 중 4명이 투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암호화폐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지만 정작 소관부처도 없는 실정이다.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자금세탁과 제도권 편입 여부, 투자자 보호 등은 금융위원회가, 과세나 해외송금 부분은 기획재정부가, 투자사기나 유사수신, 미신고 가상자산 영업행위 등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금융위와 함께 맡는 식으로 공동 대응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정 부처가 '총대 메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선을 긋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관련 부처들 '금융위'만 바라봐…금융위는 "홍남기 개인 의견" 선그어

암호화폐 관련 부처들은 '금융위'가 암호화폐를 전담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사견임을 전제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위가 소관하는 법률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다.

블록체인 기술을 관장하는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역할은 해야 되겠지만 금융거래나 불법단속 등의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우리 영역에 해당하는 일들은 해야 되지만 영역을 벗어나는 일들은 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총리의 언급처럼 금융위가 맞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유일한 법규정으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자본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거래소가 당국에 등록하고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금융위는 입장이 사뭇 다르다. 당장 암호화폐를 전담은 인력도 없을 뿐더러 제도권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라 맡아봐야 골치만 아플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언급에 대해 "부총리 개인 의견으로 알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행정부가 '느림보' 대응을 이어가자 답답한 집권 여당은 담당부처가 정해질 때까지 정책위 차원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 금융위, 과기부 등 관련 부처가 있는데 전담부처가 정리가 되면 당도 여러 가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은 정책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정리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플랫폼·OTT 등 신사업 주도권 싸움 벌이는 것과 대조적

각 부처들의 이런 모습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네트워크 기반산업에 대해 서로 규제권한을 가지려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의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법안'의 규제권한을 놓고 양보없는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법은 각각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에 상정된 상태로 양측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법사위에서 막판 조율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 공룡기업인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중인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도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 등 세 개의 부처가 뛰어들어 서로 관할하려고 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보통 새로운 사업에 대한 주무부처를 정할 때 자기네 부처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아이템을 서로 가져 가려고 싸우는데 반해 암호화폐는 서로 안할려고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대표적 부처가 바로 법무부와 금융위인데 2018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 2021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부정적 발언들이 관료사회에 미친 영향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도 아직 암호화폐 주무부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최근에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중 어디로 할 것이냐를 정하기 위한 혁신장벽철폐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암호화폐의 성격이 아직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차원 아닌 총리급 나서 부처 컨트롤 타워 해야"

금융위 차원이 아니라 총리급 기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관련 부처들을 진흥기관과 규제기관으로 나눠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은 "주무부처를 정하기 전에 암호화폐를 미래산업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 산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은 진흥기관인 반면 공정위와 금융위 등은 규제기관이다.
국무총리급 기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정부 기능들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교수는 "정부는 아직도 기상화폐가 '2006년 바다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 생각하다 보다 '이거 투기 아니냐'는 생각만 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중요성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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