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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에서 석유화학 원료 뽑아낸다"..정유사들, COTC 기술 만지작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5 18:59

수정 2021.05.05 18:59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휘발유 등 수송연료↓
석화제품 수요 급증에 정유사 석화기업 변신 
COTC 기술, '납사' 생산 비중 8%→40% 이상
[파이낸셜뉴스]
현대오일뱅크 서산 대산공장. 뉴시스.
현대오일뱅크 서산 대산공장. 뉴시스.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에서 휘발유 등 수송연료보다 석유화학 물질을 더 많이 뽑아내는 COTC 기술 도입을 추진중이다. 급속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 중심의 운송체계가 전기, 수소 등 대체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도 COTC 도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미국 석유화학 기업 하니웰 UOP과 '하이브리드 COTC' 기술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제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에 COTC 기술의 일종인 'TC2C' 기술 도입을 위한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원유에서 석유화학 원료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는 기술이다.


유전에서 뽑아낸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 경유, 중유, 항공유 등과 함께 '납사'라는 물질도 함께 나온다.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 바로 납사다. 기존 단독 정유설비의 납사 생산 비중은 평균 8%에 불과하지만 COTC 기술이 적용되면 40% 이상으로 올라간다.

정유사들이 COTC 기술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향후 수송연료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관련 기구 및 연구 기관들은 향후 4~9년 내 수송연료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전 세계 휘발유 수요는 2024년, 경유 수요는 2024년 또는 2025년에 정점에 달한다고 봤다.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30년에 휘발유 수요가 최대치를 찍는다고 전망했다.

반면 석유화학제품 증가에 따라 납사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친환경 트렌드가 수송연료 사용은 감소시키지고 있지만, 재생 플라스틱 등 새로운 석유화학 제품 시장을 창출했다. 차량 경량화를 통해 연비 개선에 나선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도 석유화학 제품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한다. 풍력발전이 대표적인 예다.
풍력 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는 석화제품인 폴리카보네이트(PC)로 만든다. PC의 원료 비스페놀A(BPA)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와 수송 연료 수요 감소에 따라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며 "중국, 중동 등에서 이미 COTC 기술을 적용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 정유사들도 석화 제품 수요 증가 기조에 따라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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