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서학개미' 빨아들였던 美 스팩 주가, 평균 39% 폭락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3 14:16

수정 2021.05.03 14:16

미국의 차세대 전기 트럭 업체로 촉망받고 있는 니콜라의 시제품과 로고.로이터뉴스1
미국의 차세대 전기 트럭 업체로 촉망받고 있는 니콜라의 시제품과 로고.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1·4분기 미국과 한국의 개인투자자(개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주가가 고점 대비 최대 80% 가까이 추락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장래가 불투명한 기업에 흥미를 잃은 데다 공매도 세력의 공격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미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2020년 이후 미 증시에서 상장 거래가 끝난 기업 중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1201억원) 이상 스팩 41개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41개 가운데 3곳의 주가만 고점 대비 상하 5% 내에서 움직였고 18개의 주가는 반 토막 이상 추락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80% 이상 폭락한 경우도 있었다. 평균 주가는 고점대비 39% 추락했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기업을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미국과 한국의 개미들은 공식적인 기업공개(IPO) 공모보다 손쉽게 신규 상장주를 얻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스팩 투자에 열광했다. 지난 1년간 세계 증시에서 신규 상장에 몰린 자금 23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은 스팩으로 모였다. 대부분의 스팩 우회 상장은 미 증시에서 이뤄졌다.

이러한 스팩 열풍은 미 증권 당국이 상장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점차 식어갔다. 아울러 우회 상장한 스팩기업들이 대부분 제대로된 상품이나 사업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에 실망한 투자자 이탈이 이어졌다.

지난 12월 스팩으로 상장한 미 전기차 업체 XL플리트 주가는 상장 직후 70% 뛰어 주당 3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80% 추락하며 7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토터스어퀴지션과 합병으로 우회 상장한 트럭 부품사 힐리온의 주가 역시 상장 이후 5배 올랐다가 지금은 80% 넘게 떨어졌다. 여기에 전기 트럭업체 니콜라, 배터리 개발사 퀀텀스케이프 등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어 심각한 주가 하락을 겪었다.


이에 대해 미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시바람 라즈고팔 교수는 최근 미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장이 스팩 열풍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식이 과대평가되고 투자 심리가 광적으로 변할수록 수익이 안나는 기업들이 상장에 뛰어들기 쉽다”고 분석했다.
리피니티브에 의하면 올해 1월 이후 상장된 스팩 상장주 425개 가운데 3분의 2가 주당 10달러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스팩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