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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시신유기' 남동생, '누나 행세' 경찰도 속였다

뉴스1

입력 2021.05.03 16:48

수정 2021.05.03 17:26

누나를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20대/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누나를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20대/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친누나를 살해하고 10일 후 인천 강화의 인적 드문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한 뒤 4개월 째 누나 행세를 하며 부모를 속여온 남동생이 수사하던 경찰관도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인천경찰청 수사전담팀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된 A씨(27)는 지난 2월14일 A씨의 어머니로부터 "(A씨의 누나인)B씨(30대)가 2월8일부터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관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넘겼다.

그는 2월16~18일 사흘간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누나와 대화를 나눴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실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A씨가 경찰에 넘긴 문자 메시지에는 'A씨: 적당히 해라, B씨: 나 때문에 스트레스 이만저만 아니겠네, A씨:알면 기어 들어와 사람 열받게 하지 말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장난 아니셔, B씨: 하하 그냥 좀 내버려두면 안되냐, 무슨 실종신고냐,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또 A씨:누나 들어오면 끝나, 누나 남자친구 만나는 거 뭐라고 하는 사람 1도 없어, 실종신고 취하하고 부모님께 좀 혼나고 다시 일상처럼 지내면 돼, B씨: 잔소리 좀 그만해 알아서 할 꺼야, A씨; 부모님 가슴에 대못 그만 박고 들어와'라는 메시지 대화 내용도 넘겼다.

당시 수사 경찰관은 A씨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기 전 2월14일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B씨에게 실종 신고 접수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수사팀은 B씨의 휴대전화로 '실종이 아니다'는 문자 메시지를 회신 받았다.

조사 결과 이 문자 메시지는 모두 A씨가 B씨의 휴대폰 유심(USIM)을 빼내 누나인 척 위장한 꾸민 메시지를 경찰관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동거가족인 A씨를 조사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A씨가 어머니에게 B씨가 실종됐다고 알린)2월8일 CCTV상 B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수사관의 말에 "누나가 남자친구와의 외박하고 있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8일이라고 말한 것"이라면서 "사실 6일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 외에도 여러차례에 걸쳐 B씨의 행방을 찾고자 했다. 당시 B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점은 없었던 데가,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할 증거 등도 없었다. 결국 A씨는 부모를 설득해 결국 실종신고를 취하하게 했고 실종 수사는 종결됐다.

누나를 배려하는 '착한 남동생'을 위장한 A씨는 거짓말과 연기로 상황을 모면하며 4개월여간 수사망을 피해갔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 B씨를 남동구 아파트 자택에서 흉기로 25차례에 걸쳐 찔러 숨지게 한 뒤, 12월28일 시신을 강화도 한 농수로로 옮겨 유기했다.

A씨는 범행 4개월여 뒤인 올 4월21일 오후 2시13분 인근 주민이 B씨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외에 검거 전 4개월여간 B씨의 휴대폰 유심(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해 B씨인 척 위장하고, 모바일 뱅킹에 접속해 B씨 계좌에서 돈을 빼낸 뒤 사용한 혐의도 적용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귀가가 늦다는 이유로 잔소리를 하는 누나에게 화가 나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 대해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투입해 또 다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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