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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매도 재개, 한국판 게임스톱 나올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3 18:00

수정 2021.05.03 18:00

기관과 한판승부 가능성
당국 부작용 잘 살펴보길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된 5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공매도는 1년 2개월만에 부분 재개됐다. /사진=뉴스1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된 5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공매도는 1년 2개월만에 부분 재개됐다. /사진=뉴스1
3일부터 증시에서 공매도가 1년2개월 만에 부분 재개됐다. 대상은 코스피200,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다.
공매도는 지난해 3월 코로나 경제위기 속에 전면 금지된 뒤 몇 차례 연장 끝에 이날부터 다시 시작됐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긍정과 부정이 다 있다.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에 부정적이다. 추세적 상승세를 보이는 코스피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개미들은 공매도 시장이 기관·외국인 등 큰손에 유리하다고 본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금력이 약한 개미들에겐 애초부터 무리라는 것이다. 다른 쪽에선 오히려 공매도가 거품을 걷어내고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상승장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한다. 주요국 가운데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도 늘 공매도 재개론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당국은 개미들의 불만을 반영해 공매도 진입 문턱을 낮췄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는 주식물량 규모는 종전 205억원에서 2조4000억원까지 늘렸다. 거래 증권사도 종전 6곳에서 올 연말까지 28곳으로 늘린다.

공매도 진입장벽이 낮아진 건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세졌기 때문이다.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 상승장을 주도했다. 뉴욕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시장에선 공매도 재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연초 뉴욕증시의 게임스톱 사태 때 미국 개미들은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지들과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시각이 많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공매도 종목 수는 기관에 비해 턱없이 적다. 빌린 주식을 갚는 기한도 개인은 60일인데 기관·외국인은 사실상 기한이 없다. 담보비율도 개인(140%)이 기관(105%)보다 높다.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가 개인 신용도를 낮게 쳐주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절충안을 내놨다. 공매도 금지를 당초 3월 중순에서 5월 2일까지 연장하되, 3일부터 코스피·코스닥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절충안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금융당국이 신속히 바로잡길 바란다.
그 기준은 주식시장이 공평한 운동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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