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이견 조항 살아있고 구속력도 없어…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의문부호

뉴스1

입력 2021.05.04 06:01

수정 2021.05.04 06:01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021.3.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021.3.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1.4.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1.4.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사건사무 처리의 전반적인 업무 절차를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내놨다.

공수처로서는 설립 전부터 준비해 온 해묵은 과제를 완성한 셈이지만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이견을 보인 사안들이 그대로 담겨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 규칙으로 대외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의 한계도 지적된다.

사건사무규칙에는 공소권을 가진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에 '우선적 관할권'을 주장해 온 공수처의 기존 입장이 그대로 담겼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대표적이다. 규칙 25조에 따르면 공수처가 공소권까지 보유한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을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면서 추가수사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이 수사를 완료한 이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공수처는 이를 규칙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검찰 등 관계기관에 의견을 물었지만 검찰은 "검찰에 이첩한 사건은 공수처 내부규칙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도록 정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검찰은 공수처가 공소는 직접 하겠다며 검찰에 다시 넘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검찰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종 규칙에는 검찰의 반대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규칙에는 경찰이 공수처가 공소권까지 가진 사건을 수사할 때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역시 헌법상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주장하는 검찰과 향후 다툼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상대 기관이 반대하는 내용을 규칙에 담으면서도 '할 수 있다' 정도로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명시한 25조의 경우 공수처장이 사건을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 역시 사실상 경찰에 검찰과 공수처 중 어느 곳에 영장을 신청할지 선택권을 부여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앞으로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령 체계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칙에 속한다는 점도 한계다.

공수처는 '유보부 이첩' 등의 조항에 대해 다른 수사기관의 반대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구속력이 없는 규칙에 '강제 조항'을 담을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사건사무규칙 자체가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수처법의 근간이 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에서 공수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만들려 했지만 국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칙 수준으로 정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경이 공수처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따라야 할 구속력이 존재하지 않는 규칙이기 때문에 재이첩, 기소유보부 이첩 조항 등에 대한 규범력이 얼마만큼 확보될지 의문"이라며 "특히 검찰의 기소에 반대한 이규원 검사의 사건을 맡은 법원이 본안 심리에 들어간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는, 사문화된 조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측은 사건사무규칙 해석·적용을 두고 혼선이 발생할 수 있어 앞으로도 수사기관 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서도 원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 같고 나중에는 그에 맞는 규정이 보완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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