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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 "美눈치보다 여기까지…中통해 北과 대화 시도"

뉴스1

입력 2021.05.04 06:19

수정 2021.05.04 06:19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 5년을 맞은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적막하다. 02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 5년을 맞은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적막하다. 02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 기업인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앞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3주년' 개성공단 즉각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개성공단기업협회 소속 기업인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앞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3주년' 개성공단 즉각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부가 미국 눈치 살피면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책공간을 상실했다.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서라도 남북이 협의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두드려볼 것이다"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의 표정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움직여달라는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27판문점 선언 3주년이었던 지난달 27일 만난 이 회장은 "공단 폐쇄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입주기업 1곳, 영업기업 1곳, 입주예정기업 1곳의 대표가 운명을 달리한 사건도 있었다"며 "정부는 갑작스런 공단 폐쇄로 발생한 영업 손실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보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은 지난 5년 동안 가동을 멈췄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 등의 도발을 계속 이어가자 지난 2016년 2월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남북 정상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美눈치 그만 봐야"

이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입주기업들의 잘못이 아닌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것을 북미협상의 성공여부에 맡기면서 남북 정부의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는 남한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였고, 공단 폐쇄 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추가됐다"며 "따라서 정부는 자체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먼저 선언한 뒤 국제사회의 제재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북미협상의 성공여부에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그 결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남북정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책공간을 상실했다. 결국 미국 눈치만 살피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셈"이라며 "개성공단 재개는 바로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을 확보하는 것인 만큼 정부는 미국측에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 기조가 '강경'으로 변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아직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바이든 정부가 동맹을 중요시한다고 한 만큼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개성공단 재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공단 폐쇄 이후 기업인들 피해 막심…정부 추산 피해액 전액 지급돼야"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조사한 125개 입주기업들의 실질적 피해액은 1조5404억원다. 하지만 정부가 회계법인에 의뢰해 산출한 입주기업 피해액은 7860억원이다. 협회가 산출한 액수의 51% 수준이다.

협회와 정부의 조사 결과가 2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정부가 투자자산과 위약금, 개성현지 미수금 등에 따른 영업손실이나 영업권 피해액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공단 입주 기업에 피해액을 지급했다. 다만 정부 추산 피해액 7860억원 중 5498억원만 지급돼 2362억원의 차액이 남은 상황이다.

이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했던 기업 125개 기업 가운데 5개 이상 기업들이 이미 문을 닫았고, 20여 곳은 휴업 상태"라며 "그나마 나머지 기업들은 대체 생산부지를 찾아 베트남 등 동남아로 뿔뿔히 흩어졌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서 기업인들은 생산공장 현지에 가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단이 폐쇄된 이후 입주기업 1곳, 영업기업 1곳, 입주예정기업 1곳의 대표가 심근경색으로 운명을 달리했다"며 "이 중 한 분은 폐쇄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중국에 있는 그림을 판매하기도 하고, 대리운전 기사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극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경남 양산에서 광커넥터, 난연테이프 등 광통신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제씨콤'을 운영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면서 조립·생산라인 설비에 240억원을 투자했는데, 투자금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그는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 중 남아있는 확인금액 차액을 신속히 지급해야 한다"며 "정부가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고,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왜 정부가 피해액을 전부 지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대북 투자에 나서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정책자금으로 대출해 준 운영자금의 이자를 감면하는 등 다른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 정책 변경으로 발생한 영업손실인 만큼 정부가 피해보상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통해 北과 대화 시도韓, 선진국 오르기 위해 개성공단 필수"

이 회장은 이날 인터뷰 전 협회 임원진 20여명과 함께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CIQ) 게이트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임원진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과 현수막을 든 채 남북출입사무소 게이트를 향해 20미터 가량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게이트 앞에 이르러서는 "개성공단을 조건없이 즉시 재개하라", "개성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을 즉시 허용하라" 등 구호를 외쳤고, 개성공단 재개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북측을 향해 3초 간 함성을 외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움직여달라는 의견을 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제3국을 통해서라도 남북이 협의할 수 있도록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제3국이란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 중인 중국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북한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정부에서 개성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용해주지 않아 설비 관리 등 기업에 필요한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능하다면 북한과 가까운 중국을 통해서라도 북한으로 들어가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게끔 민간 외교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밝혔다.

이 회장은 인터뷰 말미 개성공단 재개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며 단순히 직접 피해 기업인들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서 인구절벽이 일어나는 등 대내외적 여건이 어두운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경제 성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신동북아 경제협력 정책의 실현을 위해선 북한과 경제 통합이 필수적"이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서도 개성공단의 재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G2, G3와 같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데 개성공단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들이 인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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