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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 인정' 놓고 북미 기선잡기…北 비핵화 대화 이끌 방법은

뉴스1

입력 2021.05.04 07:31

수정 2021.05.04 07:4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베일을 벗자 기다렸다는 듯 3개의 담화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기싸움을 거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배경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속내가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발표하고 대남·대미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이 중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은 권 국장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인데 각각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의회 연설과 미 국무부의 북한 인권 지적을 문제 삼았다.

특히 권 국장은 "확실히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며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대북) 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남측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담화도 '남한 때리기를 통한 대미 메시지 발신'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는 담화문의 발표 시기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3개의 대남·대미 비난 담화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는 지적이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의 일련의 담화는 미국과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기 전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대미 압박 차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미국한테 요구하는 사안은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능력을 감소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참고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7월 제6회 전국노병대회에서 핵보유국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한 대북정책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고, 특히 대북정책이 과거 정부와 같은 전통 방식이 녹아 있는 '대북제재와 대화 모색'이라는 큰 틀은 유지한 점은 북한으로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참고로 유엔의 대북제재는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시작됐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인정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핵 비확산과 군비 축소 등 글로벌 위기 대응에 대한 각국의 공조를 중시하고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이 같은 가치 추구는 자기모순,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또한 '핵도미노' 현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 교수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미국의 비핵화 정책이 깨지는 것"이라며 "(핵협상 중인) 이란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스라엘도 굉장히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핵 보유를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같이 인정한다는 것은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북정책에 '단계적 접근' '실용적 외교' 등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연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2018년 '싱가포르 합의'와 다른 기타 합의들을 기반으로 하지만, 트럼프의 '일괄타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른 '제3의 길'을 가겠다는 건 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고민한 흔적이 감지된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유인하기 위해서 바이든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도적 지원, 여행금지국가 해지 시사, 독자 대북제재 연장 보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북한이 즉각 반응하지 않더라도 초기에 이러한 과감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북한이 이러한 것에 반응해 나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물 밑 접촉이 병행돼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러한 접촉을 본격화 할 가능성이 있고 상호 협상을 해볼만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수면 위로 협상을 가시화 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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