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출이자 상환에 필요" 보이스피싱에 속아 카드 제공, 처벌 못해

뉴스1

입력 2021.05.04 12:00

수정 2021.05.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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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대출금 및 이자 지급에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카드와 비밀번호를 제공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6월 대출 관련 광고성 문자를 보고 문자로 대출을 문의했다.

상대방은 김씨에게 "2000만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하다. 이자 상환은 본인 계좌에 대출 이자를 입금해 놓으면 내가 체크카드를 이용해 출금할테니, 이자 상환에 필요한 체크카드를 보내달라"고 연락했고, 김씨는 이같은 요구에 따라 택배로 카드를 보내고 비밀번호도 알려줬다.

그러나 김씨에게 문자를 보낸 곳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고, 김씨의 계좌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됐다.
김씨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이와 별개로 2015년 9월 당시 교제하던 A씨에게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고율의 사채를 쓰고 있으니 저금리의 은행에서 9000만원 대출을 받게 해주면 3년에 걸쳐 갚겠다"고 속여 A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예금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보증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등 총 1억 8120만원의 재산상 이익과 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도 기소됐다.

앞서 1심은 김씨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 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두개의 사건을 병합해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며 "이때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자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대출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상대방의 기망으로 카드를 교부했다"며 "김씨가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카드를 교부할 당시 그러한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김씨가 향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봐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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