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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서울시 재건축 기싸움에… 여의도·목동 ‘살얼음판’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4 18:19

수정 2021.05.04 18:19

노형욱 후보 규제 완화 선그어
주택공급 방법 없는데 시장은 답답
"내년 대선까지 기다려야 하나"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5단지 전경. 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5단지 전경. 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이어가며 서울시와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통해 민간 재개발·재건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정밀안전진단 등의 권한을 쥔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난항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서울시의 공조가 사실상 물건너 가며 기대감이 컸던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국토부-서울시 재건축 대립 예고

4일 노 후보자는 국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서울 지역 매매수급지수 상승은 오 시장 당선에 따른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도 토지주들의 과도한 개발이익 향유, 조합 내부 비리 등을 근거로 "민간사업은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고 평가했다.

노 후보자는 오 시장이 건의한 안전진단 완화에도 난색을 표명했다.
그는 "안전진단은 구조안전, 노후불량 정도 등 재건축 필요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알고 있다"며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등 3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2차 적정성 검토는 국토교통부 산하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이 수행하는 만큼 중앙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며 국토부에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건의했지만 노 후보자가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까다로운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강화했다. 구조 안전성은 건물 노후화에 따른 붕괴 위험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들이 재건축에 제동이 걸린 결정적 요인이다.

■ 먹구름 낀 재건축 단지들

정부와 서울시의 공조가 어려워지며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목동 아파트 단지에서는 정밀안전진단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2차정밀안전진단을 접수한 서울 양천구 목동 A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하고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는데,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우리 단지에서는 다른 단지들 추이를 지켜보며 사업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미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재건축이 틀어막힌 여의도의 B단지에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B단지 한 주민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신속한 재건축을 기대했는데, 오 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는 기부채납과 소셜믹스만 언급했다"며 "이는 결국 조합원들 간 갈등만 부추겨 오히려 사업 속도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은 "1년 임기의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한 번에 풀거란 기대는 애시당초에 하지도 않았다"며 "어차피 재건축이 막혀있는 상황이니 내년 대선까지 천천히 기다리면 답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과 민간 모두 주택공급의 중요한 두 축"이라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인 2·4대책과 민간 정비사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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