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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신뢰의 중요성 일깨운 남양유업 사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4 18:27

수정 2021.05.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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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7년 만이다. /사진=김범석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5월 4일 오전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는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7년 만이다. /사진=김범석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71)이 4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논란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홍 회장은 또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울먹였다.
발단은 지난달 13일 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인간 임상시험도 하지 않은 애매한 발표였지만 일부 상점에선 불가리스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때 회사 주가도 급등했다.

논란이 커지자 질병관리청이 "사람 대상 연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생산물량의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행정처분도 예고됐다. 경찰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성난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남양유업이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홍 회장 지분은 50%가 넘는다. 기업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홍 회장은 1990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사실 남양유업 흑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파문을 비롯해 창업주 외손녀 마약사건에 이어 지난해 10월 경쟁업체 비방 댓글사태 등이 잇따르면서 기업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졌다. 오너 사퇴와 경영권 불승계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책임 수단이다. 그만큼 이번 불가리스 사태는 국민에게 엄청난 분노와 불신을 안겨줬다.

특히 식품기업은 고객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먹는 장사로 몸집을 불린 기업이 먹는 제품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대가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가 생명이다. 이번 사태는 잘못된 효능 발표 이후 사태 해결을 머뭇거린 남양유업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홍 회장 사퇴와 경영권 승계 포기가 땅에 떨어진 남양유업의 신뢰도를 회복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는 열 배, 스무 배 공이 든다.
남양유업은 이제 그 첫발을 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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