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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중심 폐쇄적 조직 탓
대리점 갑질 후 매출 1조 붕괴
대표도 사의 표시 경영공백 우려
주가는 ‘요동’ 10% 가까이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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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4일 '회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기업 이미지가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상황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남양유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외조카 황하나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제품력과는 별개로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남양유업이 지난달 발효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대다수 여론은 '자충수' '자살골'로 판단했다. 발표를 맡았던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사실상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인 데다 회사 측이 한국의과학연구원에 연구용역비 등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위 경영진이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번 사태가 오너 일가 중심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내린 '남양 홍씨' 경영
홍 회장은 이날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며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특히 홍 회장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분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국 낙농업의 대부'로 불렸던 창업주 고 홍두영 명예회장에 이어 아들까지 3세 경영에 나섰으나 잇다른 논란으로 가족 경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본관 '남양 홍씨'를 따서 지은 남양유업은 더이상 남양 홍씨가 경영하지 않게 된 셈이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불가리스 사태 속에서 회사 명의로 리스한 고급 외제차를 자녀통학용으로 사용하는 등 자금유용이 문제가 돼서다.
홍 회장의 사퇴는 '경영에서 손을 떼더라도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사세가 위축돼 가고 있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매출은 8489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이 붕괴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갑질 논란 이전인 2012년에는 매출액 1조3650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74억원, 56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남양유업, 기사회생할까
홍 회장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제품과 임직원에 대해선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리점주들과 묵묵히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둬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3일 이광범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시함에 따라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 사실상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선 내부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사가 대표이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이 대표가 내부직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이 외부로 알려진 것일 뿐, 아직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차기 대표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도 요동을 쳤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대비 3만1500원(9.52%) 상승한 36만2500원으로 마감됐다. 남양유업우 주가는 전일보다 8.44% 상승한 16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20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달 13일 불가리스 발표 이후 급등해 이튿날(14일) 장중 48만90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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