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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발 내딛는 순간, 태고의 자연이 펼쳐졌다[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7 04:00

수정 2021.05.07 04:00

동양 최대 규모 삼척 ‘환선굴’ 여행
환선굴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1.5㎞ 구간은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환선굴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1.5㎞ 구간은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환선굴 끝에 있는 사랑의 길. 이곳을 지나며 사랑을 맹세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환선굴 끝에 있는 사랑의 길. 이곳을 지나며 사랑을 맹세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백색 유석에 황색 유석이 덮이면서 형성된 아름다운 자태의 미녀상.
백색 유석에 황색 유석이 덮이면서 형성된 아름다운 자태의 미녀상.
【삼척(강원)=조용철 기자】 사람이 발을 들이기 전에는 빛이 없던 세상이 존재한다. 깊고 어두운 동굴 안은 바깥세상과 다른 속도와 모습으로 서서히 만들어진다.
강원도 삼척은 하나의 거대한 천연동굴밭이다. 대이리 동굴지대에서만 10여개의 석회암 동굴이 발견됐는데 그중에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환선굴도 있다. 개방된 환선굴과 대금굴 등 개방 동굴 외에 관음굴, 큰재세굴, 덕밭세굴, 양터목세굴, 사다리바위바람굴 등 미개방 동굴은 지금도 연구 중이다. 웅장하고 기이한 동굴 내부를 구경하다 보면 경외감만 남는다. 세계 유명 동굴과 그 생태 등을 재현한 동굴신비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동굴탐험을 마치면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삼척의 해변과 산림도 거닐만하다.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국내 최고의 대굴 '환선굴'

동굴 내부 온도는 보통 연중 10~15도로 조금 서늘하다. 이동 중에 체온이 높아질 수 있으니 입고 벗기 편한 옷을 껴입는 것이 좋다. 다소 미끄러운 동굴 내부 바닥을 고려해 적당한 신발을 착용하자. 이동이 어렵지 않을 만큼 조명이 설치돼 있지만, 항상 머리 위와 발 아래를 살피며 걷는 것이 좋다. 동굴지대 입구 주차장 앞 매표소에서 1.5㎞ 걸어 올라가면 2010년 4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환선굴 모노레일 승강장이 나오는데 동굴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1997년부터 일반에 공개된 환선굴은 국내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석회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생성 시기가 약 5억300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고생대 동굴이다. 역사 속에 환선굴이 처음 언급된 것은 삼척부사 허목이 지은 '척주지(陟州誌)'에 "삼척 대이에 대굴이 있다"는 부분으로 전해진다. 동굴 내부는 오랜 시간만큼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입구부터 마련된 길을 따라 걸어가면 헤매지 않고 한바퀴 돌 수 있다. 길을 밝혀주는 일정한 빛과 달리 인공조명이 강하게 비추는 부분에서는 동굴 특유의 생성물을 자세히 보면 된다.

동굴은 총길이 6.2㎞지만, 관람이 가능한 구간은 약 1.6㎞다. 관람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안으로 들어서면 갖가지 특이 생성물이 한데 어우러진 만물상을 지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미녀상과 마주한다. 미녀상은 백색 유석에 황색 유석이 덮여 자랐다. 독특한 대머리형 석순, 거대한 종유석 위로 물이 흘러 형성된 산호 등이 길옆과 위아래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몇 번 오르내려 동굴 끝에 다다르면 사랑의 길이 나온다. 동굴 천장에 하트 모양 구멍이 뚫려서 그 아래를 지나며 사랑을 맹세하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굴 속 출렁다리는 무척 아찔한데, '지옥교'와 '참회의 다리'라는 이름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세계 희귀 생성물로 알려진 옥좌대 부근은 한반도 모양의 광장이 설치돼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소노 와이너리 투어'가 진행되는 소노호텔&리조트 쏠비치 삼척 전경.
'소노 와이너리 투어'가 진행되는 소노호텔&리조트 쏠비치 삼척 전경.
쏠비치 삼척 인근에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쏠비치 삼척 인근에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와인, 쏠비치 삼척

환선굴을 둘러본 뒤 '소노 와이너리 투어'가 열리고 있는 쏠비치 삼척으로 향했다. 소노 와이너리 투어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소노호텔&리조트 내 위치한 외부 공간에서 소믈리에가 직접 고른 프리미엄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소노 와이너리 투어의 콘셉트는 '자연 속에서 즐기는 와인 투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와인을 즐기며 힐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대륙별 와인과 함께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클래식과 모던 스테이션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와인에 곁들이는 페어링 푸드도 지난해보다 고급스럽고 다채롭게 구성했다. 아울러 이용고객들이 안주류가 마련된 곳으로 한데 모이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인용 그릇도 제공된다.

■신라 장군 이사부의 얼 이어받은 이사부사자공원

쏠비치 삼척에서 나와 인근에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을 찾았다. 이사부사자공원은 신라 장군 이사부의 개척정신과 얼을 이어받은 가족형 테마공원으로 추암 해변, 증산 해변 등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신라시대 우산국을 신라 영토로 복속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이사부 장군은 사나운 형상의 나무 사자를 배에 가득 싣고 우산국으로 향한다. 이사부 장군은 우산국 우혜왕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사나운 맹수들을 풀어 모두 죽이겠다고 한다. 결국 이사부 장군이 우혜왕에게 항복을 받아내면서 우산국이 우리나라 영토가 됐다고 한다.

또 삼척항 주변 삼천포 진영에 임진왜란 이후 만들어진 군사 전문 직책인 영장(營長)이 주둔하면서 영동 지역 수군을 지휘하고 울릉도와 독도 수호 임무를 맡았다. 이는 오늘날까지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로 존재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이사부 장군과 사자를 주제로 이사부사자공원이 건립됐다.

이사부사자공원 내 조성된 삼척 그림책나라에 올라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계단으로 오른다. 계단 왼편에는 아이들 놀이터 너머로 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삼척 그림책나라는 23명의 그림책 작가가 직접 참여해 평면적인 책의 내용을 다양한 소재와 표현 기법으로 보여준다. 빅북, 팝업북,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기기 등 오감을 통해 책과 만날 수 있는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다만 아쉽게도 전시관 내 시설 재정비를 위해 오는 7월 13일까지는 임시 휴관중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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