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사는 "상품판매 확대 기회이자 빅테크 플랫폼 종속 위기" [핀테크로 대환대출 받는다]

이용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6 18:26

수정 2021.05.06 18:26

8월 은행상품부터 대환대출 가능
빅테크-금융사 제휴 확대 전망
대출금리 인하 경쟁 심해질듯
이르면 올해 8월부터 카카오페이, 토스 등 대출금리 비교가 가능한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환대출이 가능해진다. 마치 이동통신시장에서 고객이 조건에 따라 이통사를 갈아탈 수 있는 '번호 이동성'처럼 하나의 앱에서 대출금리를 비교한 후 유리한 금융사로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가 이뤄지는 일명 '대출 이동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경쟁력 있는 금리로 더 많은 고객에게 대출 상품을 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핀테크 플랫폼에 기존 금융사의 종속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앱에서 한눈에 금융사별 금리 비교를 통해 손쉽게 대환대출을 할 수 있어 나쁠 게 없다.

■핀테크 앱에서 '대출 갈아타기'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최근 은행업계와 협의를 마치고 대환대출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구축된 인프라는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앱에 연계돼 앱 하나에서 대출금리 비교와 대환대출을 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는 대환대출을 하려면 고객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고 서류를 작성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많았는데 이 같은 불편함이 해소되는 것.

우선 8월 은행 상품부터 앱 하나로 대출금리 비교와 대환대출이 가능해진다. 이후 저축은행, 제2금융권 순으로 해당 서비스에 합류한다. 현재도 카카오페이, 토스 등에서 내 신용등급에 맞는 대출상품의 금리를 비교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대환대출은 불가능한 상태다.

또 금융업계에서는 빅테크사와 기존 금융사의 제휴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금융사가 해당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 이상, 빅테크와 제휴 없이는 대환대출 시장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국내 금융사 39곳과, 토스는 30곳과 제휴를 맺고 있다.

■"판매 기회" vs "빅테크에 종속"

앱을 통한 대환대출 서비스를 앞둔 시점에서 기존 금융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즉, 금리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출시해 더 많은 고객에게 상품을 팔게 될 수 있지만 핀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앱을 통한 대환대출이 이뤄지면 금융사 간 출혈경쟁으로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앱에서 대환대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이 발생해 지금보다는 대출금리가 훨씬 낮아질 것"이라며 "더욱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에 대출이 쏠려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사가 핀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생명은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에 달려 있는데 당장 핀테크가 대환대출 서비스를 시작하면 그곳으로 고객이 몰려갈 것"이라며 "금융사도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핀테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결원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만큼 금융사도 해당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 금융사 앱에서는 자사 상품만 소개한다는 한계가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업 등이 시작되면 기존 금융사도 타사 제품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면서도 "서비스 후발주자로서 핀테크와 경쟁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한편, 핀테크사와 금융사들은 대환대출 서비스 관련 수수료 협상을 앞두고 있다. 대환대출이 핀테크 앱에서 이뤄지는 만큼 해당 거래마다 금융사가 핀테크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 한 곳과 핀테크사가 수수료 협상을 한다면 핀테크사가 훨씬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지만 금융권 전체가 핀테크사와 협상을 한다면 금융권 협상력이 올라갈 것"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수료가 결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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