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애들다툼이 결국 소송까지"… 부모싸움으로 번진 '학폭'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6 18:48

수정 2021.05.06 18:53

서울 한 중학교 배드민턴부 학폭
일산 서부서·서울 양천서 고소
교육청 재심서는 처분수위↑
지난 4일 서울 한 중학교 교문 앞에 '방관했던 나도 가해자였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지난 4일 서울 한 중학교 교문 앞에 '방관했던 나도 가해자였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김성호 기자

중학교 배드민턴부 동급생이던 시절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와 피해자 측이 서로 맞고소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측에선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온라인 사이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신의 딸이 학교폭력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일방이 아닌 쌍방폭력으로, 가해자로만 매도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측에선 사이트에 게시된 내용이 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쌍방폭력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사건이 부모 간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부모 싸움으로 이어진 학교폭력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중학교 배드민턴부 동급생 간 학교폭력 사건이 부모들의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일산서부경찰서는 지난달 A양과 어머니 B씨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C씨를, 모욕 및 폭행 혐의로 D양을 고소한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양과 B씨는 D양의 모친 C씨가 지난달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게시한 글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피고소인은 (한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에) 고소인 A양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사항이 작성된 이 사건 통보서를 게시했다"며 "'학연 지연을 맹목으로 기세등등한 가해자 부모와 학생의 태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울 정도의 무서운 카르텔' 등 고소인들이 배드민턴 운동부 내에서 학연·지연을 바탕으로 카르텔을 형성하였다는 허위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C씨는 네이트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 등에 관련 내용을 수차례 게시했는데 특히 서울시 게시판에 첨부된 파일에 A양과 B씨의 실명이 그대로 적시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A양 측은 D양이 시합을 위해 찾은 지방 숙소에서 A양과 다투다 동급생 E양이 보는 가운데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한 사례가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청했다.

A양 측이 학폭위에 앞서 D양 부모가 제시한 합의서에 서명한 점도 쟁점이 됐다. 학폭위 당시 D양과 같은 학교로 진학이 예정돼 있던 A양 측은 학교장 전결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조건으로 올해 3월까지 전학을 가겠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했으나 조건이 지켜지지 않아 전학을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학폭위를 열고 D양이 중학교 2학년이던 2019년부터 3학년이던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교육청 부적절 처분에 형사사건 비화

D양 측은 쌍방폭행 등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D양 역시 지난 3월 서울 양천경찰서에 A양과 E양을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일각에선 학생들의 학교폭력 다툼이 부모들의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일선 경찰은 "학창시절 다툼이란 게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교육청에서 너무 가볍게 결정을 하니 경찰까지 넘어온다"며 "교육청이 가해자랑 피해자가 같은 학교에 못가도록 해야지 보내놓고서는 사건으로 수사하라는 게 말이 되나"하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배드민턴부 학생들 간 학교폭력 사건이 부모들의 법적다툼으로 비화된 가운데 서울시 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에선 지난해 학폭위 처분이 오히려 가볍다는 결정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서면사과와 보복행위 금지, 봉사 10시간 등의 처분만 받은 게 A양의 가해행위에 비추어 가볍다는 결론이다.

재심결과 위원회는 지난달 해당 안건을 논의한 뒤 A양에게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A양 측은 위원회가 D양 측의 주장만 반영해 결정을 내렸다며 6일 중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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