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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백신 특허권 유예 반대...프랑스도 돌아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9 05:17

수정 2021.05.09 09:54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의 코로나19백신 특허권 유예 제안에 반대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AP뉴시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의 코로나19백신 특허권 유예 제안에 반대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AP뉴시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백신 특허권 유예 제안을 반대하기로 노선을 정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이틀간에 걸친 정상회의를 마무리짓고 미국에 백신 특허를 유예하기보다 직접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특허권 유예 제안을 거절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특허권 유예는 백신 공급부족 해결방안이 아니라면서 대신 생산을 어떻게 늘릴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반대 입장과 달리 특허권 유예에 긍정적이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EU 정상들도 이틀 동안의 회의 끝에 마음을 돌렸다.


"특허권 유예는 답 아냐"
메르켈 총리는 회의 뒤 "특허권 유예가 백신을 더 많은 이들에게 공급하는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기업들의 창조성과 혁신을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허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신 메르켈은 전세계 곳곳에서 백신 생산이 늘 수 있도록 면허생산 계약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국 백신업체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 특허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메르켈은 이어 이제 미국인 상당수가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이 국제사회에 백신 원료와 백신 완성품을 푸는 것을 늘릴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은 늘 유럽에서 생산된 백신 상당분을 나머지 세계에 수출해왔다"면서 "이게 표준이다"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백신 특허권 유예가 가난한 나라들의 백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마법 탄환'은 아니라면서 EU는 미국과 이 문제에 관해 깊이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특허권을 둘러싼 논쟁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백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허권 유예보다 다른 방법들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신·원료 수출통제 풀어라"
그는 "매우 분명하게 미국에 요구한다. 미국은 백신 뿐만 아니라 백신 원료에 대한 수출금지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는 지금까지 EU 내에서 약 2억회분 백신을 배분했고, 같은 규모를 외국으로 수출했다. 반면 미국은 해외에 수출한 백신이 거의 없다.

마크롱은 "특허권 유예가 가능은 하지만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고, EU 정상들이 이를 지지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은 정상 회의에서 백신특허권 유예 문제에 관해 '대체로 주저'했다고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가 밝혔다.

루테 총리는 회의 뒤 기자들에게 "특허권 유예가 역설을 부를 수 있다"면서 "생산 확대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권 유예가 기존 백신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불러 생산확대에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화이자, 모더나 등의 메신저RNA(mRNA) 방식 백신 생산을 위해서는 19개국에서 280개 원료를 취합해야 한다.

정상회의 성명에는 빠졌지만 EU 정상들은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화상회의를 열어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인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백신 특허권 유예를 제안했다.


한편 EU는 미국이 5일 특허권 유예 제안을 공개하기 직전에야 EU에 통보했다면서 논의과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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