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의 특급논설] 내놓기 부끄러운 文정부 4년 경제성적표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0 09:14

수정 2021.05.10 09:50

기재부 27쪽 성과 보고서
"도약의 발판 마련" 총평 
시험지 제가  채점한 격

정책 소비자가 채점하면 
소주성·부동산·재정 등 
D~F 낙제급 수두룩   

'문재인정부 4주년, 경제정책 추진 성과 및 과제' 보고서(기획재정부 보도참고자료. 2021.5.7)
'문재인정부 4주년, 경제정책 추진 성과 및 과제' 보고서(기획재정부 보도참고자료. 2021.5.7)


[파이낸셜뉴스]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문재인정부 4년 경제성과 보고서를 내놨다. 27쪽짜리다. 3대 분야, 10대 성과로 나눴다. 총평에서 지난 4년 간 누적된 문제를 해소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그 결과 한국은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누가 봐도 후하다. 반성은 인색했다.
일자리, 분배 지표 등이 코로나 사태로 개선 조짐이 주춤하고 자영업자 등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여전하다고 했을 뿐이다.

기재부가 말하지 않은 진실


손은 안으로 굽는다. 기재부 보고서는 학생이 스스로 채점을 한 격이다. 시험지는 제3자인 국민이 채점해야 공정하다. 기재부가 애써 외면한 6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보자.

① 소득주도 성장: F

소득주도성장을 빼고 문 정부 경제정책을 말할 수 없다. 소주성은 소득을 올리면 자연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자연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소득도 늘고 성장률도 높아진다니, 이 아니 좋을손가. 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을 밀어붙였다. 자영업자들이 악 소리를 냈지만 무시했다.

결과는 대실패다. 실패했다는 증거를 대라고? 소주성이란 단어가 문 정부에서 홀연 사라진 게 증거다. 대통령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소주성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이제 소주성은 허튼 경제이론이 현실에서 어떤 참사를 빚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 사례로만 남았다. 소주성을 빼먹은 기재부 보고서는 반칙이다.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하던 타다는 정부와 국회의 견제로 결국 사업을 접었다./사진=뉴스1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하던 타다는 정부와 국회의 견제로 결국 사업을 접었다./사진=뉴스1


② 타다금지법: D

보고서는 "선제적 과감한 규제혁파로 혁신성장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평한다. 글쎄, 과연 그럴까?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던 타다가 사업을 접었다. 정부와 정치권 등쌀을 견디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타다에 박수를 쳤다. 하지만 정부·정치권은 택시 편에 섰다. 그쪽이 표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타다가 다 잘 한 건 아니다. 꽤 큰 권리금을 내고 택시 영업을 하는 기사들의 분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법을 바꿔 영업 자체를 막은 건 지나쳤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영국의 적기법(붉은깃발법)을 거론하며 인터넷은행 특례법 제정의 길을 텄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을 보면서 적기법이 쇼가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정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코인이 눈엣가시라고? 그럼 코인거래소를 폐쇄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③ 시스템 반도체: D

보고서는 미래 먹거리로 빅3 육성을 줄곧 강조한다. 빅3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를 말한다. 한 발 양보해서 바이오와 미래차는 정부가 제 몫을 했다고 치자.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육성에서 정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 4월에 시스템반도체 2030 전략을 내놨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올해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강자다. 그러나 시장이 몇 배 더 큰 시스템반도체는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이 주도하고 파운드리(수탁생산) 능력이 뛰어난 대만이 뒷받침하는 시장이다. 미국과 대만이 이 시장을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다.

자율주행차가 씽씽 달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시스템반도체가 산업의 쌀이고 원유다. K반도체 위기론의 등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정부 내내 재판에 들락거리다 감옥에 갇힌 시기와 겹친다. 이게 단순 우연일까?

④ 재정건전성: D

코로나 사태 속에 정부가 빚을 더 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당장 소상공인 구휼이 급하다. 그렇지만 해도 너무 한다. 돈을 갖다 쓰면 채울 방도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무조건 국채를 찍는다. 그 통에 국가채무 비율이 쑥쑥 올라갔다.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좋기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머잖아 나랏빚에 허리가 휠 판이다. 국채는 젊은층에 못할 짓이다. 빚은 결국 누군가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양심이 있다면 국채가 아니라 증세도 말해야 한다. 꼼수 증세가 아니라 정통 증세 말이다. 나라살림이 어려우니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도 민주당도 정부도 증세라면 입을 꼭 다문다. 그저 세금 펑펑 쓰면서 광나는 일만 찾는다. 양심 불량이다.

⑤ 일자리: D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다. 그 일자리가 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된 것은 역설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코로나 때문에? 물론 그 영향도 있다. 다만 코로나 전에도 일자리 여건은 좋지 않았다. 코로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나? 노동개혁이 전제조건이다. 대기업·공기업 최상급 일자리를 꿰찬 노동귀족 기득권을 깨야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돌아간다. 그러려면 연공급제(호봉제)를 직무급 또는 직능급으로 바꿔야 한다. 연공급제는 나이가 벼슬이다. 연공급제 아래선 인건비 부담에 짓눌린 기업이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귀족들과 한 배를 탔다. 연공급제 폐지는 입도 벙긋 안 한다. 일자리 정책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사진=뉴스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사진=뉴스1


⑥ 부동산: F

2·4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래봐야 소용없다. 이미 문 정부에서 집값은 다락같이 올랐다. 전임 정부와 비교해도 역대급이다. 부동산이 현 정부 최악의 정책이라는 평가는 따 놓은 당상이다. 민주당은 작년 4·15 총선에서 압승한 뒤 오만의 늪에 빠졌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게 부메랑이 됐다.

부동산을 악으로 보는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 부동산은 어느정도 정부 개입이 용인되는 특수한 시장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란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범죄와의 전쟁은 박수를 받는다. 부동산과의 전쟁은 박수는커녕 비웃음을 산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문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문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사진=뉴스1


진솔한 반성은 생략


사실 정부가 잘 한 것도 꽤 있다. 성장률, 수출, 국가신용등급은 칭찬을 받을 만하다. 의료 복지(문재인케어), 고용안전망(고용보험)을 넓힌 것도 기록에 남을 만한 성과다. 그러나 잘못한 일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보이지 않아 실망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꼭 1년 남았다.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은 기간도 아니다.
짠돌이 평가는 주마가편, 곧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내놓기 부끄러운 文정부 4년 경제성적표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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