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랜섬웨어’ 공격에 따른 송유관 마비 사태 3일째를 맞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석유 수송을 위해 유조차 증편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전문가는 당장 유가가 출렁이지 않겠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시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송유관 마비에 육로 수송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교통부는 9일(현지시간) 발표에서 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 뉴욕주 등 동부와 남부 17개주와 워싱턴DC를 포함한 18개 행정구역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교통부는 비상사태에 따라 해당 지역 내 석유화학 제품을 운반하는 유조차들의 운행시간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기로 했다. 교통부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해당 지역의 긴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및 기타 석유화학제품의 즉각적인 운송 및 구호를 제공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긴 송유관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운영사는 지난 7일 돈을 요구하며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프로그램인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해당 송유관은 미 남부 텍사스주 멕시코만에서 동북부 뉴욕주까지 각종 석유 제품을 운반한다. 길이만 약 8851㎞에 달하며 하루 250만배럴을 운송하고 동부 지역 석유 제품 공급량의 45%를 담당한다. 운영사는 공격 당일 송유관 설비 가동을 중지했으며 9일 발표에서 곁가지로 갈라진 지선 터미널의 운영은 재개했지만 아직 송유관 본선의 재가동 일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9일 오후 8시 17분 기준 미국 휘발유 선물(6월물) 가격은 2% 오른 3.78L당 2.1694달러를 기록했다. 난방유 선물도 2.04달러로 1.46% 상승했다. 같은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2% 오른 배럴당 65.69달러에 이르렀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1.24% 상승한 69.13달러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단 유가 여파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미 동부 지역에 본격적인 여름 드라이빙 시즌에 대비한 석유 재고가 준비되어 있으며 5~6일 주기로 다시 채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문은 송유관 정지 사태가 5일 이상 길어진다면 동부 지역의 일반 주유소부터 재고가 부족해진다고 예측했다. 미 시장정보업체 가스버디 패트릭 드 한 석유 부문 대표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이달 10~11일까지도 긍정적인 소식이 없다면 상당히 심각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빗발치는 사이버 공격 경계해야
아직까지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전문가를 인용해 동유럽에서 활동하는 전문 해커조직 '다크사이드'와 연관된 해커들이 약 10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송유관 운영사 시스템에서 탈취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집단은 랜섬웨어로 금품을 갈취하는 집단으로 악명이 높다.
WSJ는 지난해 솔라윈즈 사태를 언급하고 해킹 공격이 에너지 업계뿐만 아니라 미 기업 전체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하면 지난해 미 기업들의 랜섬웨어 피해 신고는 약 2500건으로 2016년 이래 가장 많았고 2020년 랜섬웨어 공격 가운데 73%가 피해자의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같은해 피해 규모 역시 3000만달러(약 334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이번 문제는 정치권으로 번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대규모 지출안을 내놓고 미국 내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WSJ는 송유관 등 에너지 업계의 IT 인프라가 매우 낙후되어 해커들의 좋은 표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애덤 킨징거 하원의원(일리노이주)은 9일 CBS를 통해 "우리는 국내 부서들이 뒤처지지 않게 노력을 2배로 기울여야 하며 미래의 핵심 인프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랜섬웨어 공격으로 타격을 입는 크고 작은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뉴코아아울렛·NC백화점 등 이랜드그룹의 오프라인 매장 절반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운영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보안 업계에서는 랜섬웨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e메일의 발신자 확인 및 첨부파일, URL 실행 자제 △OS(운영체제) 및 인터넷 브라우저(IE, 크롬, 파이어폭스 등)와 오피스 SW 등 프로그램 최신 보안 패치 적용 △백신 최신버전 유지 및 실시간 감시 기능 실행 등 보안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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