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가상자산거래소’ 고개 젓는 은행들, 출금 지연·줄폐업 ‘코인 먹튀’ 우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0 19:43

수정 2021.05.10 19:43

특금법 유예기간 9월이면 끝나
#. 사회 초년생 직장인 A씨는 3개월 전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해 C거래소에 가입한 후 코인 수백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실명계좌를 연동시켜주는 대형 시중은행이 매달 일정 수량의 계좌만 허용해 대형 거래소 가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중소거래소가 실명계좌를 트지 못하면 9월에 폐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코인을 원화로 출금한 후 대형 거래소로 갈아탔다.

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 거래에 대한 법률(특금법)'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가상자산(암호화폐) 중소거래소들이 출금을 지연시키거나 줄폐업하는 등 '먹튀'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가상자산거래소는 200여곳으로 알려졌다. 이 중 거래량이 그나마 많은 10여개 거래소가 국내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추진 중이다.
그나마 이 중에서도 소수 업체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먹튀' '코인런' 등 발생 우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가상자산거래소가 국내 은행과 실명계좌를 연동해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9월 25일까지 6개월은 유예기간이다. 실명계좌 연동이 안된 거래소도 9월까지는 영업할 수 있다. 이 중간과정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거래소가 출금을 지연시키거나 폐업할 경우 해당 가상자산을 보호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중소거래소 현황을 자체 파악 중이지만 자금세탁 관련 문제가 아니고서는 해당 거래소를 지시하거나 감독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거래소 옥석 가리기가 끝나는 9월 이전까지 사용자 피해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거래소 V글로벌도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V글로벌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후 자산 2400억원을 동결했다. V글로벌 대표 이모씨 등은 다단계식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입 시 600만원짜리 계좌를 개설하면 수개월 내 3배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방식으로 회원을 유치한 혐의다.

은행과 실명계좌를 트지 않은 거래소들은 대부분 법인계좌에 여러 명의 가상계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벌집계좌다. 거래소가 이 자금을 유용할 경우 추후 수사는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조사나 감독할 권한은 없는 상태다.

■2~3개 추가 거래소 신고할 듯

업계에선 중소거래소 중 거래량이 많은 일부 거래소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거래소들은 9월 25일 전까지 은행 실명계좌 제휴를 한 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면 된다. 10일 현재까지는 신고된 곳이 없다.

현재 거래소에 계좌를 터준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 3곳뿐이다. 다른 시중 대형은행들은 공식적으로는 거래소 제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A대형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계속 커지면 코인 쪽에서도 관련한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해킹, 돈세탁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제휴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등 일부 거래소가 은행과 계좌 제휴협상을 하고 있다. 고팍스는 일일 거래량이 1000억원을 넘길 정도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부산은행 등을 포함, 추가로 시중은행과 협상 중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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