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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최고가 찍고 옥수수는 2배… 슈퍼사이클 올라탄 원자재 [국제 원자재값 급등]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1 18:40

수정 2021.05.11 18:40

백신 확산에 글로벌 경제회복 기대
中수요·인플레 헤지 투자 몰리며
구리·철광석 가격 연일 최고치 경신
사료 수요 증가로 옥수수값도 급등
구리 최고가 찍고 옥수수는 2배… 슈퍼사이클 올라탄 원자재 [국제 원자재값 급등]
철광석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최대 경작물인 옥수수 가격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회복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각종 소비재 가격도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t당 226달러 넘게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최대 원자재 거래허브인 다롄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10% 뛰어올랐다.
철광석 현물 가격도 t당 23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로 올랐다.

■철광석·구리 값 사상 최고치 경신

중국과 호주의 갈등도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중국이 호주산 보리(맥주 원료), 맥주, 와인 등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철광석 수입도 제한할 수 있어서다.

BMO캐피털마켓의 콜린 해밀턴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호주 사이 지정학적 긴장감을 볼 때 "중국에서 호주산 철광석을 수입하는 업체들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은행권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가격 급등을 촉발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만기 구리 선물은 장중 1만747.50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상하이 거래시간대에 사상 최고를 경신했던 구리선물은 런던 거래에서 0.4% 내려 1만374달러로 마감됐다.

소폭 내려왔지만 장중 사상 최고를 경신하며 구리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됐다. 구리는 지난해 3월 이후 2배 이상 뛰었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의 왕성한 수요에 더해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하려는 투자수요까지 몰렸다. 세계적 재정부양과 친환경 수요까지 합쳐지면 구리 값은 2025년 1만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독립원자재 거래업체인 트라피구라의 코스타스 빈타스 구리거래부문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구리 소비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면서 "이전까지 구리 랠리의 유일한 변수는 중국이었지만, 이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수수도 9년 만에 최고가 경신

식음료와 바이오연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값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옥수수 선물 가격이 7일 부셸당 7.73달러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옥수수 주요 산지인 미국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 중서부 지역 가뭄 여파로 선물 가격이 부셸당 8.31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미국인들의 식료품 가격이 큰 폭으로 뛸 전망이다. 옥수수 가격 상승은 연료비 상승도 부채질하고 있다. 옥수수는 바이오연료의 핵심으로 미국 내 옥수수 생산량의 약 40%가 자동차 연료에 혼합되고 있다.

옥수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과 무역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옥수수 수입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이 팬데믹 이후 미국산 옥수수 구매를 크게 늘리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팬데믹 이전 돼지열병에 따른 방역으로 돼지 개체 수가 급감한 뒤 중국이 돼지 사육을 대폭 늘리면서 사료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 중국의 옥수수 수입은 이전보다 4배 폭증할 전망이다. 대부분은 미국산 옥수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 책임자인 제프리 커리는 "지난해 팬데믹 봉쇄로 큰 타격을 입은 옥수수 경작농들이 가격 추가 상승을 노리고 공급을 옥죄고 있는 것 또한 급등세 바탕"이라고 분석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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