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남자라서 당했다? "스토킹한 여자 가족에 맞고 숨져" 청원 등장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2 13:24

수정 2021.05.12 13:24

남자라서 당했다?

과거 연인이었던 여성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여성 가족에게 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형이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차례 스토킹한 여자의 가족들에게 폭행당하고 비관하여 자살한 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피해자의 친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제 동생(피해자)은 폭행을 당한 지 이틀 만에 비관해 자살했다. 피의자는 제 동생을 수차례 스토킹한 여자의 아버지”라며 “청원을 올리는 이유는 이 사건이 단순폭행으로 약식기소 처리됐기 때문이다. 제 동생이 상해를 당하고 다음날 생전에 말한 바에 의하면 구타 당시 상대방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 중 일부가 차 밖으로 내리지 못하도록 차문을 막았다고 진술했고 이러한 정황이 CCTV에 녹화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담당 형사는 폭행 당일 피해자와 단 3분 면담한 게 전부이며 이 사건을 단순상해로 처리했다.
장례를 치르는 도중에 이미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저희는 약속기소될 때까지 아무 내용도 모르고 고소하러 가서야 이 내용들을 알게 됐다”며 “피해자 사망을 알고 있는 담당 형사는 당연히 이러한 내용을 피해자 가족들에게 알려줘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 담당 형사는 장례를 치르는 걸 알면서도 장례식 당일에 저희 가족에게 전화해 진단서를 가져오라는 등 어처구니 없는 요청은 했으면서 다른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이 있기 전 제 동생은 작년부터 스토커에게 시달렸다. 집 앞으로 찾아와 만나달라고, 얼굴만 보자고 하고 하루에 수십번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하고 찾아왔었다”면서 “한 번만 만나달라며 자기 집으로 유인해서 감금시켰으며 경찰지구대에 스토킹으로 신고해 빠져나왔던 적도 있다. 이 때 남자가 아닌 여자가 스토킹을 했다고 해 안일하게 넘어간 경찰의 대처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한 “스토킹한 여자는 마지막으로 얼굴 보고 얘기하자며 사건 당일 불러냈고 제 동생은 정말 좋게 끝내려고 만났으나 차안에서의 실갱이로 상처가 났다며 스토킹한 여자가 제 동생을 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일 스토킹한 여자는 입원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제 동생에게 연락해 어떻게 된건지 얘기하자고 해 만났으나 제 동생은 피의자와 피의자의 배우자, 아들에게 둘러싸여 도망치지 못하고 폭행을 당했다”며 “제 동생이 스토킹한 여자 부모에게 치욕스럽게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도움받지 못하고 사건이 단순상해로 처리되고, 가해자 측에서 아무런 사과도 없고 생활해야 하는데 눈도 잘 안보이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정신적인 충격으로 아무런 유서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힘들고 억울하고 얼마나 분했으면 갑자기 그런 선택을 했는지, 너무 불쌍한 제 동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 본인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단순 상해가 아니라 공동상해(특수상해)죄와 감금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상해로 약식기소된 것은 부당하고 가해자들에게 특수상해가 인정돼야 한다고 본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억울한 제 동생의 사정을 헤아려 약식기소된 사건을 정식재판으로 회부해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숨진 A씨가 전 여자친구인 B씨의 아버지에게 폭행 당한 사건을 수사한 뒤 B씨 아버지를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B씨 아버지를 약식기소한 상태다.

약식기소는 혐의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 검찰이 정식 공판 없이 약식명령으로 벌금·과료·몰수 등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은 검찰이 약식기소한 사건에 대해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공판에 넘겨 심리한다.
정식 공판이 열리면 재판부는 증거조사와 공개 재판을 거쳐 유무죄와 양형을 판단하게 된다.

해당 청원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에 공유되면서 정식 등록되기도 전에 벌써 24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남자라서 당했다”, “경찰,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려지겠다”, “어느 곳에 호소할 곳 없는 남자들의 권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고인을 추모하면서 관계 당국의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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