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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中인구감소에 담긴 사회문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8 18:15

수정 2021.05.18 18:15

[차이나 톡] 中인구감소에 담긴 사회문제
남아선호 사상으로 남초 현상이 뚜렷한 중국이지만 대도시일수록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많다. 농촌보다 여성의 사회적 제한이 없고 고용 기회가 풍부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반면 남성은 결혼적령기가 되면 주택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도시를 떠난다. 중국에선 미혼여성 상당수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주택 보유'를 우선적인 조건으로 꼽기 때문이다.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와 같은 대도시의 집값은 이미 뉴욕·런던·도쿄 등에 도달했거나 넘어섰다. 농민공이 이런 곳에서 집을 마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지난 11일 '제7차 전국 인구센서스' 기자회견에서 2020년 기준 본토 인구의 51.24%인 7억234만여명이 남성이라고 밝혔다. 여자 100명당 남성 수를 뜻하는 남녀성비는 105.07로 집계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3490만명 더 많다는 뜻이다.

전통적 농업국가였던 중국은 농촌 일의 특성상 남성을 더 선호해왔다. 노동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서다. 그러나 남아를 얻기 위해 출산을 거듭하면서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는 대신 먹을 것이 부족한 기근현상은 뒤따라왔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겠다며 '1가구 1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발전의 필수요건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문제를 양산했다. 출산율이 줄어드니 일하는 연령대 인구가 동반 감소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결국 35년 만인 2015년 산아제한을 완화한 '1가구 2자녀'를 내놨다. 그래도 오랫동안 축적돼 왔던 남아선호 의식은 여전했다. 2020년 남녀성비는 10년 전인 105.20보다는 개선됐으나 전년도 104.45와 견줘서는 더 벌어졌다. 산아제한을 일부 풀어준 것과 상관없이 남아선호 문화는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도시에 여성이 몰리는 것은 서비스업이 발달해 일자리를 찾기가 쉬운 것이 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성의 교육수준 역시 올라갔다. 2019년 국가통계국의 '중국 여성 발전 요강'을 보면 여성 고등교육 입학률은 2010년 26.5%에서 2018년 48.1%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농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열악하다는 것도 한몫을 거들었다.

그렇다고 여성의 도시에서의 삶이 마냥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지는 않았다. 여성은 아직까지 직장에서 '출산'과 '승진'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 일부 공공장소에서 모자방은 찾기 어려우며 여자화장실에 길게 줄이 늘어서는 것은 기본이다.

중국은 지난해 인구가 줄었다는 외신 보도에 발끈했다. 2035년까지 미국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했는데, 인구 감소는 이러한 목표의 동력 상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14억명을 훌쩍 넘는 인구다.
중국의 인구감소는 복합적이다. 근본원인을 따지고 올라가보면 도농격차, 남아선호, 여성차별, 천정부지 집값, 성비 불균형 등이 고질적으로 장기간 축적돼 왔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지만 노동력의 절대량은 여전히 큰 편이고 저연령 노인의 신체적 상태가 아직 괜찮다"라는 중국 국가통계국의 해명으로는 피해갈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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