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일반

코인은 투자만 하는 상품?… 미술품 사고 임대료도 낸다 [가상자산 열풍 투기인가 혁신인가]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9 17:58

수정 2021.05.19 17:58

<5> 가상자산, 생활이 되다
가상자산에 몰리는 투자자
하루 53조 거래 ‘코스피의 3배’
올들어 투자자도 250만명 증가
이제는 결제수단으로 주목
2010년 피자 두판=1만BTC 거래
페이팔·소더비·위워크 등도 참여
코인은 투자만 하는 상품?… 미술품 사고 임대료도 낸다 [가상자산 열풍 투기인가 혁신인가]

투자 시장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급등하면서 가상자산은 실제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실제 시중에서는 세 사람만 모이면 비트코인 얘기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액이 이미 코스피 거래액을 추월했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서비스 페이팔에서는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가상자산 투자, 코스피 거래 앞질러

19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4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14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거래액이 코스피보다 많았다. 지난 7일에는 가상자산 거래액이 총 52조9660억원으로 코스피 15조2063억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량은 지난해 5월 18일 6557.5BTC에서 1년 뒤인 지난 18일에는 1만5075.1BTC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리플(XRP), 도지코인(DOGE), 이더리움(ETH), 이더리움클래식(ETC)의 거래액은 비트코인보다 많다.

가상자산 투자자 수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권은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 수는 249만5289명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가상자산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지난 4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입성은 가상자산이 더 이상 특정 부류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적인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2010년 비트코인으로 최초 구매

가상자산은 투자뿐만 아니라 결제시장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매년 5월 22일은 '비트코인 피자데이'다. 비트코인이 나온 지 약 1년이 된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던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피자 두 판을 1만BTC를 지불하고 얻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핸예츠는 당시 커뮤니티에 피자 두 판을 대신 시켜주면 1만BTC를 주겠다고 글을 올렸고 제르코스(Jercos)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용자가 5월 22일 1만BTC를 받고 핸예츠에게 피자 두 판을 보냈다. 당시 피자 두 판 가격은 30달러(약 3만4000원), 1만BTC는 41달러(약 4만6000원)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핸예츠를 통해 가상자산이 지불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간접적으로나마 처음 현실이 됐다.

비트코인은 그후 1000만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당시 지불한 1만BTC는 현재 가치로는 무려 4억3500만달러(약 4910억원)에 달한다.

핸예츠는 2019년 C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먹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내가 만든 '피자데이' 덕분에 비트코인 초창기 역사의 일부가 됐다는 점이 근사하다"고 말했다.

■페이팔 등 가상자산 결제 합류

11년 전 핸예츠는 비트코인을 피자가게에 직접 지불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구매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은 다양한 곳에서 직접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9년 결제 프로세서를 거쳐간 비트코인은 약 40억달러(4조5000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에 2900만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글로벌 간편결제시장 최강자 페이팔도 최근 가상자산 결제시장에 뛰어들어 관심을 모았다. 페이팔은 지난 3월 31일 미국 내 가맹점에서 가상자산 결제서비스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보유 중인 이용자가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면 이를 법정화폐로 즉시 전환, 가맹점에 전달하는 구조다.

댄 슐만 페이팔 CEO는 서비스 개시 당시 "가상자산이 투자용 자산을 넘어 일상적인 상거래에 쓰이는 자금원이 됐다"고 말했다. 페이팔은 가상자산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매회사인 소더비도 최근 결제옵션으로 가상자산을 채택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소더비는 뱅크시(Banksy)의 작품 '러브이즈인디에어(Love Is In The Air)' 경매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사이더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작품이 아닌 일반 작품이 가상자산 결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118개 도시에서 공유오피스 서비스를 하고 있는 위워크는 지난 4월 사무실 임대료와 기타 서비스 제공업체의 수수료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버거킹과 피자헛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가상자산 결제를 시작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가상자산을 허용하는 자판기가 약 2000개 배치돼 판매 중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영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