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서초포럼] 미·중 패권경쟁과 디커플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0 18:00

수정 2021.05.20 19:58


[서초포럼] 미·중 패권경쟁과 디커플링
2018년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로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이 한동안 전 세계 뉴스를 장식하던 시절이 벌써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다른 이슈를 모두 집어삼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간 경쟁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었던 무역전쟁에 국한하기에 판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협상의 1단계 합의로 2020~2021년 2년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2000억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첫 해인 2020년 목표치의 58% 수준에 머물면서 합의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양국의 통상 당국이 아직 한 번도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그만큼 무역협상의 중요도나 시급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합의대로 이행되어 무역수지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해서 패권경쟁이 시작된 미·중 관계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개되는 미·중 패권경쟁은 기술과 공급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안보와 연계된 신기술 개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핵심이다. 지난달 백악관에서 개최한 반도체 공급망 회의는 반도체가 미·중 패권전쟁의 최전방에 있음을 시사한다. 수요가 급속히 늘어가는 전기차 등 자동차산업은 물론 첨단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다양한 산업에 반도체는 핵심 부품이며 이는 단지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 안보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동맹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억제하고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디커플링, 다시 말해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980년대 이후 무역자유화 및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확대된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 중심으로 구축된 것을 뒤집기에는 현실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커플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칼럼이나 보고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커플링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며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편 디커플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상당수 존재한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보고서를 통해 비록 완전한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최대한 디커플링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로 단기적 손실을 뛰어넘는 중장기적 이익을 거론한다. 시장과 기업에만 맡겨서는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생산비용과 이익을 따지는 경제 논리만이 아니라 안보 문제가 결부되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따른 탈세계화와 디커플링, 보건 위험의 확대,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으로 세계경제는 시대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적 대응이 중요한 시기다. 더욱이 기술 패권경쟁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산업정책으로 회귀할 조짐을 보인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선진국들조차 기술개발과 연구개발(R&D) 지원에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등은 모두 인프라 투자와 함께 대규모 자본의 투입을 요구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에 대한 지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추가적인 재정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커플링에 따른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는 지혜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
기술 혁신과 R&D, 교육 개혁과 재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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