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세종 보기 부끄러운 세종시 특공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0 18:00

수정 2021.05.20 18:00

[강남시선] 세종 보기 부끄러운 세종시 특공
'특별'의 사전적 의미는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이다. 특별하다가 주는 어감은 뭔가 대접받는 느낌을 준다. 특별상·특별법·특별채용·특별할인 등 앞에 특별이 붙은 웬만한 단어들이 다 그렇다. 특별법만 해도 일반법에 우선한다. 법 적용 범위가 넓은 일반법에서 특정 사람·지역·행위로 좁힌 게 특별법이다. 두 법이 충돌하면 계급이 높은 특별법이 이긴다.
법조계에선 '대한민국은 특별법 왕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가장 최근에는 논란 끝에 올 3월 공포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있다.

하지만 특별이 지나치면 종종 문제가 터진다.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라고도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작자다. 원래 2002년 수도권 기능 분산과 국토균형발전을 앞세워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려다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수도를 옮기는 천도가 아닌, 공공기관 이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했다. 설치 근거는 세종시 설치 특별법(2010년 12월 제정)이다. 정부 직속 특별시로 시·군·구가 따로 없다. 세종(世宗)이란 도시 이름은 공모로 결정됐다. 조선 4대왕으로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처럼 글로벌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다. 세종대왕이 세종시 전의면에서 나는 초수를 마셔 눈병을 고쳤다는 내용이 세종실록에 나오는데 세종시 이름을 여기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세종시의 모태는 조선 22대왕 정조가 만든 수원 화성이다. 화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신도시다. 성곽 문화의 백미다. 특히 반상을 성안에 함께 살게 한 정조의 애민사상이 잘 녹아 있다.

수원화성의 현대판 격인 세종시가 요즘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문제로 난리다. 대전에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혈세 171억원을 들여 세종에 새 청사를 짓고 이전을 강행하려다 최종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관평원 직원 전체 82명 중 49명이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를 분양받은 게 드러났다.

성난 민심은 들불처럼 번졌다. 부동산 실정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또다시 아파트 특혜 의혹이 나오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특별공급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 공무원들이 빨리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주거난 해소대책이다. 행정서비스 잘 해달라고 국민 세금으로 지은 새청사와 맞바꿔 아파트를 투기하다니 이런 불공정이 어디 있나. 이제 특공분양 의혹은 다른 공기관으로 번지고 있다.

세종시 이전 초기에는 교통·주거 인프라가 열악해 특공 분양이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집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특공 아파트 인기가 치솟았다. 가만히 있어도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생기니 로또가 따로 없다.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조선시대로 치면 관직에 있는 공무원들이 세종대왕 이름에 먹칠을 하는 불경을 저지른 꼴이다.
세종은 평소 신하들과 끝장토론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론할 때마다 조정 신료들에게 가장 자주 한 말이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였다고 한다.
21세기에 소환된 세종이 묻는다. "세종시 특공 논란에 대해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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