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북촌 청와대 주변 골목에는 높이 10~15m의 사다리꼴 구조물 12개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전봇대도 아니고 가로등도 아닌 군사작전용 시설물이다. '연막탄 지주'라고 불린다. 2013년도에 파악해보니 삼청동에 51개, 청운동에 17개 등 모두 68개가 확인됐다. 이 중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통행에도 방해가 되는 55개를 철거했다.
연막탄 지주는 1968년 북한 특수군의 청와대 습격사건, 이른바 1·21 사태가 일어난 뒤 정부가 대통령 경호와 청와대 방어를 목적으로 설치한 군사시설물이다. 낮에는 짙은 연기를 내뿜어 청와대를 보이지 않게 가리는 연막탄 발사대로 쓰이고, 밤에는 조명탄을 쏘아 주위를 밝히는 조명탄 발사대로 쓰였다. 서울시는 희귀한 구시대 유물 중 12개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있다. 냉전시대 남·북 체제대결의 상징물인 연막탄 지주가 아직도 실재해 서울의 유산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숭례문·청계천변 등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에 시범 설치한 스마트폴을 연말까지 190개 더 설치키로 했다. 스마트폴은 하나의 기둥에 가로등·신호등·교통신호기 같은 도로시설물과 지능형 CCTV, 공공와이파이,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결합한 첨단 도시기반시설이다.
의대생 손정민씨(22) 실종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가 10개 한강공원에 CCTV를 탑재한 맞춤형 스마트폴 설치를 추진한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자동촬영하는 기능과 상황이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광등 기능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범죄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미래형 도시구축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스마트폴이라는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어려운 외국어가 퍼지기 전에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는 우리말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 폴은 '지능형 기둥'으로 바꾸는 게 낫겠다고 권유했다. 더 쉽게 표현한다면 '똑똑한 전봇대' 정도가 아닐까.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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